[사설]이삭줍기에 급급한 ‘국민생각’의 한계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3월 12일 03시 00분


올 2월 ‘국민생각’을 창당한 박세일 대표의 포부는 컸다. 대한민국의 선진화와 통일을 기원하는 모든 합리적 진보세력과 개혁적 보수세력이 함께 모여 영호남 충청 등 모든 지역 사람들이 단결하여 노장청(老壯靑)이 하나가 돼 서로의 작은 차이를 넘어 선진통일한국 건설의 대의를 중심으로 대동단결해야 한다고 외쳤다. 박 대표는 전국 200곳 이상에 후보를 내고 비례대표까지 포함해 최소 30석, 최대 70∼80석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그러나 국민생각 앞에 가로놓인 현실정치의 벽은 높아 보인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의 공천 작업이 막바지에 이른 지금 국민생각은 박 대표의 서울 서초갑 출마를 비롯해 고작 9곳에 전략공천자를 냈을 뿐이다. 국민생각을 기성정당의 대안으로 인정하고 동참하려는 정치인과 정치 지망생이 드물기 때문이다. 기성정당을 욕하면서도 기성정당의 둥지로 찾아드는 정치인의 행태, 이것이 현실정치의 ‘불편한 진실’이다. 박 대표를 비롯한 국민생각 창당 주역들로서는 역부족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주저앉을 수도 없으니 결국 새누리당 민주당 등의 공천 탈락자를 영입 대상으로 삼는 이른바 ‘이삭줍기’에 나서는 양상이다. 박 대표는 “새누리당 쪽만이 아니라 진보 진영의 중도세력과도 함께하려 한다”면서 “그룹별 개인별로 다양하게 만나고 있고 2, 3일 안에 구체적인 그림이 그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른바 진보좌파 진영에서 국민생각에 입당할 사람이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다. 박 대표가 내건 ‘선진화와 통일’ 비전을 들여다보면 좌우파를 아우른다기보다는 ‘대한민국의 정체성 지키기’를 핵심가치로 하는 선명 보수우파에 가깝다. 그런 국민생각이 몰가치적인 세(勢)불리기에만 급급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창당의 초심(初心)을 의심케 한다. 세력 확장 효과도 제한적일 것이다. 국민생각이 현역 의원 5명 이상을 확보한 뒤 15석의 자유선진당과 합당해 새 정당을 만드는 구상을 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그렇다면 더더욱 중도통합당은 아닐 터다.

좌파인 민주당과 통합진보당은 철저한 선거연대로 나가고 있다. 아무리 중도로 포장해도 보수우파 정당인 국민생각이 새누리당과 어정쩡하게 경합하다 보면 보수우파의 자해(自害)로 결론이 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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