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신중경]최강희 감독의 ‘닥공 축구’ 위대,최종 예선전서도 환상 플레이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3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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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중경 축구평론가
신중경 축구평론가
월드컵은 지구촌 최대의 축제다. 국가 위상 제고는 물론이고 경제효과도 크다. 희로애락의 물결도 그 속에 다 들어 있다. 때로는 그것이 전쟁에 비유되기도 한다. 지역 예선전부터 피를 말리는 전쟁이다. 감독은 ‘독이 든 성배’를 마시기도 하고, 팬들은 신체리듬이 끊어지기도 한다.

최강희 대표팀 감독의 ‘닥공 축구’는 역시 위대했다. 2014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 예선의 불을 지폈다. 쿠웨이트를 2-0으로 이긴 것이다. 쿠웨이트는 그동안 합숙훈련을 하며 한국 타도를 꿈꿨다. 하지만 ‘칼레의 기적’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한국의 저력이 쿠웨이트의 꿈을 잠재운 것이다. 최 감독은 AFC 챔피언스리그와 K리그 우승을 일군 명감독이다.

한국은 경기가 시작되자 왠지 몸이 무거워 보였다. 급조된 팀이라는 인상을 받을 정도였다. 패하면 예선 탈락이라는 압박감 때문인 것 같았다. 10일간의 짧은 훈련도 이유 중 하나였다. 패스가 끊어지고 중원 장악에 실패해 계속 밀렸다. 마인드 컨트롤이 잡힌 것은 전반 20분부터였다. 후반전이 시작되자 쿠웨이트의 공격은 더욱 매서워졌다. 중거리 포를 날리면서 골문을 위협했다. 크로스바를 맞고 나오거나 골포스트를 살짝 비켜가기도 했다. 이것이 성공했더라면 중동의 ‘침대축구’가 재연될 상황이었다. 허나 ‘봉동 이장’의 용병술은 더 매서웠다. 기성용을 교체 투입하자 곧 골이 터졌다. 최강희호의 황태자이자 중동축구 킬러인 이동국이었다. 이 한 방으로 이동국은 그간의 설움을 다 날렸다. 2002 한일 월드컵 엔트리 탈락, 2006 독일 월드컵 직전 부상에 따른 대표팀 탈락, 느림보라는 별명 등이 다 사라진 것이다. 이후 김신욱을 교체 투입하자 또 한 골이 터졌다. 드리블의 달인인 이근호가 주인공이었다. 홍명보호에 이은 또 다른 쾌거였다. 쿠웨이트의 꿈이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축구는 정치적 논리에 이용되기도 한다. “고도의 자본주의 사회에서 터져 나오는 불만은 어떤 정서적인 배출구를 필요로 한다. 그것은 또 정서적인 배출구 역할과 해방의 기회를 부여하면서 기존 권력구조를 타파할 수 있는 에너지를 다른 데로 돌릴 수 있다.” 독일 정치이론가인 게르하르트 피나이의 말이다.

축구나 야구 등 프로스포츠는 그런 이유로 만들어졌다. 요즘 각종 비리사건으로 얼룩진 일들이 짜증나게 만들고 있다. 자기 뱃속만 채우는 정치인들을 욕하는 경우도 있다. 허나 정치인들을 욕하지 말자. 정치인이 나쁜 사람이면 국민은 더 나쁜 사람이 되니까. 쿠웨이트를 격파한 것으로 위안을 삼자는 얘기다.

조조는 간웅이다. 모든 것을 정치 논리로 해결하는 위선자다. 위기 때마다 그는 희생타를 날렸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왕후’와 ‘양수’의 죽음이다. 왕후는 수춘성 전투에서 군량미 횡령죄를 뒤집어쓰고 효수 당했다. 양수는 암구호 풀이 때문에 처형당했다.

이는 곧 한국 축구의 대표팀 사령탑과도 무관치 않다. 행운의 여신이 지켜주는 봉동 이장을 믿고 따르자. 한국 축구를 위해 헌신하는 대표팀 선수들에게도 힘을 실어주자. 6월부터 시작되는 최종 예선전에서의 힘찬 역할을 기대해 본다. 한국 축구팬들의 바람이다.

신중경 축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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