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홍승찬]회사內 ‘사랑방’ 만들어 문화예술 후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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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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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찬 올림푸스홀 예술감독
홍승찬 올림푸스홀 예술감독
르네상스 시대 피렌체의 귀족 바르디 백작은 학자와 예술가를 집에 불러들여 고대 그리스의 예술과 음악을 연구하는 모임을 가졌다. 이를 가리켜 ‘카메라타 (Cmerata)’라고 했다. 카메라타라는 말은 ‘방’을 일컫는다. 우리 식으로 해석한다면 ‘사랑방’이라는 뜻에 가까울 것이다. 그리스 연극에 코러스가 등장하고 오케스트라가 있었다는 것을 근거로 합창뿐만 아니라 극의 나머지 대사에도 음악이 사용되었을 것이라는 가설이 이 모임에서 나왔다. 이런 방법으로 고대 그리스의 비극을 재현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이를 실천에 옮긴 것이 오페라의 시초였다.

임권택 감독의 영화 ‘서편제’와 ‘취화선’에 드러나 있듯 우리나라 양반들도 그랬다. 사랑방에 모여 학문을 논했으며, 그림을 그리고 시를 지어 읊었다. 평소 아끼고 보살피는 재인들을 불러들여 한바탕 풍류를 즐기기도 했다. 우리나라 기업의 문화예술 후원도 이렇게 시작되길 바란다. 잘 알지도 못하고 마음에 와 닿지도 않는 것을 의무감으로 도울 일이 아니다. 회사의 이익에 억지로 끼워 맞추는 것은 더더욱 아니라고 본다. 회사 안에 사랑방과 같은 공간을 만들고 사람들을 모아야 한다. 예술가뿐 아니라 각계의 전문가도 불러들여 의견을 묻고 들어야 할 것이다.

고위 임원뿐만 아니라 가급적 회사 구성원 모두와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 것을 제안한다. 더 많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예술과 아이디어를 찾기 위해서다. 예술이 이룰 수 있는 보람 있고 뿌듯한 유무형의 성과에 동참할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이 없다. 그런 경험이야말로 후원에 참여한 모두에게 감동을 줄 수 있고, 예술을 통해 삶의 풍요로움을 누릴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회사 창립 50주년을 맞이한 한 기업의 임직원들이 찾아와 음악회를 열고 싶다고 부탁했다. 50주년인 만큼 의미 있는 행사를 만들어 자랑하고 싶은 마음에 음악회를 생각했다는 것이었다. 우리나라 최고의 공연장에서 우리나라를 대표할 만한 유명한 음악인들을 무대에 세우는 음악회를 기획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상당한 금액의 보수를 제안 받고 잠시 망설였지만 결국은 정중하게 사양하고, 그 자리에서 좀 더 바람직한 대안을 제시했다. 그처럼 뜻 깊은 행사라면 기획자에게 전적으로 맡기기보다 회사 구성원 스스로가 기획에 결정하고 참여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설문조사를 통해 구성원들이 좋아하는 클래식 음악이 무엇인지, 좋아하는 클래식 연주자가 누구인지를 물어서 연주 곡목을 정하고 연주자를 섭외하면 어떻겠느냐고 말했다. 많은 사람이 좋아한다는데 외면할 연주자가 어디 있겠느냐고, 설문조사 결과에 관심을 가질 매체도 많을 터이니 기획과 섭외는 물론이고 홍보도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화와 예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뜻있는 기업들이 새로 사옥을 지을 때 공연장을 들이거나 전시장을 꾸미는 일이 늘고 있다. 이익을 우선하는 기업으로서는 쉽지 않은 결정일 것이다. 그런 만큼 그 장소를, 어떤 용도보다도 먼저 임직원들이 문화와 예술을 배우고 즐기는 사랑방으로 활용했으면 한다. 기업 안에서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이 무르익으면 깊고 그윽한 예술의 향기가 밖으로까지 널리 퍼져서 사회 전체의 삶을 여유롭고 아름답게 만들어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홍승찬 올림푸스홀 예술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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