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미국 의회는 ‘탈북자 청문회’까지 여는데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2월 29일 03시 00분


미국 의회 산하 중국위원회가 3월 1일 탈북자 북송(北送)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긴급청문회를 연다. 중국 내 인권 문제와 법치제도의 발전과정을 감시하기 위해 만든 이 위원회는 9명의 상원의원과 9명의 하원의원, 그리고 대통령이 지명한 5명의 행정부 고위당국자가 참가하는 초정부적 기구다. 탈북자 인권운동의 대모(代母)격인 수잰 숄티 디펜스포럼 대표를 비롯해 탈북자 한송화 조진혜 모녀가 증인으로 나선다.

탈북자들이 강제로 북한으로 보내질 경우 고문을 당하거나 처형될 가능성이 크다. 미 의회가 긴급 청문회를 여는 것은 미국과 세계 여론에 호소해 중국에 억류돼 있는 탈북자들의 강제 북송을 막아보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대통령선거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미국 정가의 관심이 온통 그쪽으로 쏠려 있지만 미 의회는 인류 보편의 가치인 인권 문제에 침묵할 수 없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2010년 9월 미 하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 한 하원의원은 “북한이 당신들을 사지(死地)로 내몰았을지라도 우리는 결코 당신들을 잊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미 의회가 1997년부터 매년 탈북자들을 초청해 인권 상황을 청취하는데 한국 국회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탈북자 청문회를 연 적이 없다. 유럽연합(EU) 영국 이탈리아 캐나다 의회도 탈북자들의 왕복 항공기 요금과 호텔 숙박비를 지불하면서 인권 상황을 듣는 것과 대비된다. 2만3000명이 넘는 탈북자가 살고 있는 한국에서 국회의 탈북자 청문회가 한 번도 열리지 않은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지난해 8월 국회 법사위원회는 권재진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 청문회에서 탈북자를 증인으로 채택해 권 후보자의 북한 인권정책을 검증하려 했지만 민주당(현 민주통합당)이 강력히 반대해 무산됐다. 27일 국회가 강제 북송 중단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초당적으로 통과시켰지만 북한인권법은 발의된 지 7년이 넘도록 처리되지 않고 있다. 북한을 불필요하게 자극해서는 안 된다는 민주당의 반대 탓이지만 새누리당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중국이 탈북자 강제송환을 못하도록 압박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더 강하게 목소리를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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