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김진숙 집행유예와 ‘희망버스’ 이후의 한진重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2월 17일 03시 00분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에서 크레인을 점거하고 309일 동안 농성한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지도위원에게 어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이 선고됐다. 최환 부산지방법원 판사는 “크레인을 무단 점거 농성하는 불법행위로 파업 장기화에 결정적인 단초를 제공하고 지역사회에 극심한 혼란과 불편을 초래했으며 법원의 퇴거명령에 불응해 법익 침해 정도가 결코 가볍지 않다”고 밝혔다. 최 판사는 “목적의 주관적 정당성을 위해 수단의 불법성이 용인되는 시대는 끝나야 한다”고 말했다.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던 김 씨는 사회에 미친 피해에 비해 관대한 처벌을 받았다.

야당 정치인들과 좌파 시민단체들은 김 씨를 지원한다며 4차례나 이른바 ‘희망버스’를 조직해 부산 한진중공업 앞에 몰려가 시위를 벌였다. 파업의 장기화, 그리고 지역사회의 혼란과 불편을 가중시키며 불법 행위를 조장한 것이다.

김 씨의 장기 점거 농성과 외부세력의 지원 시위 이후 한진중공업의 형편은 더 나빠졌다. 한진중공업은 지난해 11월 유조선 2척을 아랍에미리트의 에마라트 마리타임사에 인도하고 나서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2008년 9월 이후 새로운 수주가 1건도 없었고 지난해 상선 4척의 건조의향서를 받았지만 노사분규 여파로 정식계약을 하지 못했다. 지금은 해군과 해경의 소형 경비정 몇 척만 만들고 있다.

일감이 모자라 한진중공업 근로자 700여 명 가운데 434명이 통상 임금의 절반만 받고 휴가를 보내고 있다. 그런데도 지난해 11월 노사 합의에 따라 올 11월까지 정리해고자 94명을 재고용해야 한다. 영도조선소의 독은 길이 300m, 폭 50m밖에 안 돼 대형 상선이나 컨테이너선을 건조할 수 없다. 경영 여건만 보면 구조조정이 필요하지만 ‘희망버스’가 재연될까봐 그마저 쉽지 않다.

한진중공업 노조는 점거 사태를 계기로 분열됐다. 전체 노조원 703명의 74%에 해당하는 523명이 금속노조 한진중공업 지회의 강성 기조에 반발해 탈퇴한 뒤 지난달 결성된 새 노조에 가입했다. 국회는 지난해 10월 조남호 회장을 불러내 정리해고 근로자 복직을 강요했다. 일부 정치인은 영도조선소에 몰려가 시위를 벌였다. 이들 가운데 지금 한진중공업의 장래를 걱정하고 해법을 고민하는 사람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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