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코리아/어트겅체첵 담딘슈렌]청년은 노인을 잊어가나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2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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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트겅체첵 담딘슈렌 한국외국어대 몽골어과 교수
어트겅체첵 담딘슈렌 한국외국어대 몽골어과 교수
모든 민족은 나름의 고유한 문화와 전통 생활양식을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 한국인들은 농경사회 전통 속에서 조선 이후 유교의 가르침에 의거해 구성원들이 서로 존중한다. 이런 풍습은 어른을 공경하는 문화로 자리 잡았다. 가족에게만 한정된 것이 아니라 이웃과 사회로 확대됐고, 한국인들의 일상생활에 뿌리 깊게 배어 있다. 한국의 차원 높은 배려문화로 생각된다. 그러나 세계에 내세울 만한 한국의 이런 배려문화는 오늘날 특히 젊은층에서 점점 사라지고 있는 듯해 안타깝다. 어른을 공경하고 도와주는 일이 젊은이들에게는 별로 가치 있는 일로 여겨지지 않는 것 같다는 말이다.

서울은 인구밀도가 높고 한국인과 외국인이 어울려 사는 세계적 도시다. 그에 걸맞게 지하철 시설은 세계에서 최고 수준으로 평가할 만큼 깨끗하고 편의시설들을 제대로 갖추고 있다. 나 역시 출퇴근할 때 지하철을 가장 많이 이용한다. 지난 몇 년 동안 한국에 살면서 지하철을 탈 때마다 외국인 입장에서 보고 느낀 것이 많다.

지하철에서 사람들은 책을 읽거나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듣는다. 요즘엔 영화를 보는 사람도 많다. 때로는 뜨개질을 하거나 화장을 한다. 곤히 자다가 갑자기 일어나 입구로 달려가기도 한다. 작은 수레를 밀면서 물건을 파는 사람도 있고 어려운 환경을 호소하며 도움을 청하는 사람들도 있다. 다양한 모습이 어우러져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지하철 풍경을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보고 있으면 벌써 내릴 역에 도착하곤 한다. 그러나 지하철에서 재미있고 좋은 경험만 한 것은 아니다.

지하철을 타려면 개찰구를 통과할 때 교통카드나 승차권이 필요하다. 교통카드를 가지고 있지 않으면 자동판매기에서 일회권을 사야 하는데 표를 처음 구입하는 사람은 어렵게 느낄 수도 있다. 며칠 전에도 지하철역에서 나이 든 아주머니가 젊은 사람에게 표 사는 방법을 알려 달라고 부탁했는데 몇이나 못 들은 척 가버리는 모습을 보았다. 종종 잘못 내리거나 어느 방향에서 타야 할지를 몰라 헤매는 사람들도 있다. “청량리 쪽으로 가려면 여기서 타면 되나요?” “청량리 재래시장으로 가려면 몇 번 출구로 나가면 되나요?”라고 묻는 모습들을 본다. 그러나 가던 길을 멈추고 대답하는 젊은 사람은 별로 없다. 이어폰을 끼고 빠른 걸음으로 지나칠 뿐이다. 학생들도 할머니의 말을 못 들은 척 피하는 것을 보면 참 안타깝다. 반대로 나이가 들어 보이는 분들은 대부분 자세하게 알려주려 노력한다. 직접 목적지까지 길을 안내하기도 한다. 이런 모습들을 보면 젊은 사람들의 어른이나 노인에 대한 공경심이 예전 같지는 않은 것 같다.

길가에서 도움이 필요한 어른들을 부모처럼 생각하는 것, 즉 오늘의 나를 있게 한 부모, 이젠 늙어서 혼자 생활이 어려운 어른들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배려는 그리 어렵지 않다. 아무리 시간이 없고 바쁘더라도 나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상대의 말을 배려하는 마음으로 들어 주면 그 사람은 아주 감사하게 생각하고 다른 사람에게 똑같이 도움을 주고 배려할 것이다.

한국인들의 인문정신은 배려하는 문화에 기반하고 있다. 특히 한국인은 정이 많고 따뜻한 감성을 가진 민족으로 알려져 있다. 타인을 공경하고 존경하는 마음은 집안 어른에 대한 효심에서 비롯된다. 이런 자세로 세상의 일을 대한다면 대한민국의 이미지도 더욱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은 반도체 제철 자동차 부문의 발달이 세계적으로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 한국 사람들 특유의 전통적인 배려문화가 더욱 확산돼 경제강국 이상의 문화선진국으로 세계인의 인정을 받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어트겅체첵 담딘슈렌 한국외국어대 몽골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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