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통령 탈당史는 왜 반복되나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월 20일 03시 00분


한나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이 이명박 대통령(MB)의 한나라당 탈당 문제에 대해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며 자진 탈당을 촉구했다. 비대위 자문위원인 권영진 의원도 “당이 제대로 태어나려면 대통령은 자리를 비켜주는 것이 맞다”고 거들었다. 친박(친박근혜) 진영 일각에서 갖고 있는 시각을 내비쳤다고 봐야 할 것이다.

한나라당에서 탈당 요구가 나온 일차적 책임은 국정운영을 맡은 MB에게 있다. 지난해 말 서울 내곡동 사저 논란, 김두우 신재민 씨 등 핵심 측근들의 구속,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 연루 의심을 받는 카메룬 다이아몬드 스캔들은 민심이 여권에 등을 돌리게 만들었다. 체감 경기가 악화된 것도 반(反)MB 정서를 부추기고 있다. 현재로선 전망이 어두운 총선을 앞두고 한나라당 비대위가 MB와 관계 끊기에 나서는 사정이 이해도 된다.

MB는 2007년 대선에서 정동영 후보를 531만 표 차로 이겼다. 대선 실패에 낙담한 친노(친노무현) 세력은 스스로 ‘폐족(廢族)’이라며 무대를 떠났다. 그 친노 그룹이 2010년 6·2 지방선거에 이어 1·15 민주통합당 전당대회를 거치면서 야권의 실질적 주도세력으로 부활했다. 불과 3, 4년 만에 정치 지형이 역전된 것이다. 이 대통령과 친이 세력은 그 책임을 비켜갈 수 없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 도입 이후 노태우 김영삼(YS) 김대중(DJ) 노무현 전 대통령은 모두 재임 중에 집권 여당을 떠났다. 대통령들이 스스로 만든 당에서 버림받는 역사가 어김없이 반복됐다. 노태우 전 대통령을 압박해 탈당하도록 만들었던 YS도 차남 현철 씨 비리가 터지고, 이회창 당시 대선 후보와 충돌하면서 탈당했다. DJ는 아들 3형제 비리 사건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도 임기 말 국정 실패에 부담을 느낀 열린우리당의 밀어내기로 당을 떠났다. 임기 말 대통령의 탈당은 한국 정당사(史)의 일그러진 자화상이다.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차별화를 위한 차별화는 안 하겠다”고 말했으나 MB는 계속 압박당할 것이다.

한나라당 일각에서는 MB가 탈당하면 변화의 새 전기(轉機)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지만 MB와의 차별화가 만병통치약일 수는 없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에 “DJ의 자산과 부채를 모두 가져간다”며 위기를 돌파했다. 국민은 대통령 탈당만으로 한나라당이 변했다고는 믿지 않을 것이다. 진정한 자기반성과 국민에게 의미 있는 쇄신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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