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부자稅와 복지예산 뻥튀기 후유증 생각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월 2일 03시 00분


소득세 최고구간을 신설해 부자들에게 세금을 더 내게 하는 이른바 ‘한국판 버핏세’가 그제 국회에서 통과되고, 어제 국무회의가 이를 공포했다. 국회는 보건 복지 노동예산을 작년 86조4000억 원에서 올해 92조6000억 원으로 7.2% 늘렸다.

부자세는 소득세 과표가 3억 원을 초과하는 부분에 대해 세율을 종전 35%에서 38%로 3%포인트 높이는 내용이다. 고소득자 증세(增稅)는 이번 국회 처리 대상에서 빠졌다가 막판에 되살아났다. 한나라당이 부자를 위한 정당이라는 이미지를 벗기 위해 수정안을 제출해 통과시킨 결과다.

국민의 경제생활에 여러 형태로 큰 영향을 미치는 세금 구조는 종합적으로 정밀하게 손봐야 한다. 소득세법을 고치면서 최고세율만 손대는 것은 불합리하다. 근로자와 자영업자의 40∼50%가 세금을 내지 않는 현실을 개선하는 조치도 함께 추진했어야 옳다. 많든 적든 소득세를 내는 국민이 늘어야 납세에 따른 국민의 권리의식과 책임의식을 함께 높일 수 있다. 개인사업자는 과표 기준 3억 원을 초과하는 소득의 세율이 38%인데 법인사업자는 200억 원 이하까지 20%여서 과세의 형평성 문제도 커진다.

새해 예산에서 보건 복지 노동 예산 증가가 두드러진 것은 작년보다 늘어나는 예산 16조4000억 원 중 38%를 정부 여당과 야당이 경쟁적으로 복지예산에 집어넣은 결과다. 한나라당은 ‘박근혜 예산’으로 불리는 취업활동 수당을 신설했다. 민주통합당은 무상급식과 대학등록금 예산을 증액했다. 복지를 정치적으로 흥정한 냄새가 짙다. 국가부채가 급속히 늘어나는데도 선거 때문에 복지예산을 한꺼번에 늘리면 재정구조가 더 나빠질 수밖에 없다.

올해 예산의 28.5%를 복지 부문에 집중하다 보니 다른 부문에 주름살이 심하게 갔다. 성장잠재력을 높이고, 국가 인프라를 보강하며, 중장기적으로 민생 개선을 꾀하는 데 필요한 예산은 삭감됐다. 여야가 올해 양대 선거를 의식해 복지확충 경쟁에 나서 나라살림을 놓고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경쟁을 벌인 결과다.

성장 촉진을 위한 재정기능 확대는 소홀히 하면서 퍼주기식 복지예산을 계속 늘려 나갈 수는 없다. 복지전달체계가 부실해 곳곳에서 세금 누수가 빚어질 우려도 커졌다. 이런 상태에서 나눠주기식 복지를 늘리다 보면 필수 복지도 지속하기 어려운 상황이 닥칠 수 있다. 후손에게 늘어난 국가 부채와 복지의 후유증을 물려주는 것은 바른 정치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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