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고비용 日 기업 해외탈출 러시, 남의 일 아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28일 03시 00분


일본의 고(高)비용 경영환경이 기업의 해외 탈출을 부추기고 있다. 일본 제조업의 자국 내 설비투자 대비 해외 설비투자 비율은 2009년 42.0%에서 작년 55.0%로 늘어난 데 이어 올해는 74.2%까지 치솟은 것으로 추정된다. 데이코쿠(帝國)데이터뱅크가 1만1000개 기업을 설문조사했더니 ‘산업 공동화(空洞化) 우려가 있다’는 응답이 76.5%인 반면 ‘없다’는 답은 3.6%에 그쳤다.

엔화 강세, 높은 법인세율, 인건비 부담, 엄격한 환경규제,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지연, 전력수급 불안 등 6중고(六重苦)의 고비용 구조가 일본의 산업 공동화를 심화시키고 있다. 기업 핵심 기능 및 부품 소재 등 고도기술 제조업의 해외 이전 증가는 물론이고 일본 내 외국기업의 이탈도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은 아직 기업의 해외 이전 추세가 일본에 비해 덜한 편이지만 안심할 처지는 아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내년 시행 예정이었던 법인세 최고구간의 추가감세 철회 및 증세 논란, 산업용 전기요금의 잇따른 인상, 온실가스 목표관리제 시행 등으로 일본의 6중고와 비슷하게 경영환경이 악화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재계의 이해(利害)를 반영한 측면도 있겠지만 고비용 구조가 굳어지면서 기업의 탈출 러시가 이뤄지는 일본 사례를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야 한다. 우리 사회 일각의 반(反)기업 정서나 각종 준조세도 기업에는 부담이다.

일본 정부는 산업 공동화가 지속될 경우 2015년엔 무역수지가 적자로 되고 2020년에는 10년 전보다 제조업 301만 명, 서비스업 174만 명 등 475만 명의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고 걱정한다. 일본이 미국 주도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 참여를 선언한 것이나, 심각한 재정난 속에서도 내년부터 법인세 실효세율을 5%포인트 낮추기로 한 것도 기업의 비용 부담을 줄이려는 노력이다.

기업은 국민의 소득을 향상시키고 일자리를 늘리는 경제의 주역이다. 한국의 일부 기업이나 기업인이 때로 보여주는 구태(舊態)가 실망스럽긴 하지만 뿔을 바로잡겠다고 소까지 죽이는 교각살우(矯角殺牛)로 치달으면 국민경제에 나쁜 영향을 주게 된다. 기업 비리는 과감히 도려내되 법규나 제도, 사회분위기 때문에 기업 활동이 위축되거나 해외 탈출을 부추기는 일이 없도록 절제와 균형 감각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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