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男교사 부족에 냉가슴 앓는 학교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28일 03시 00분


사회 각계로 여성 진출이 활발해지는 것은 세계적 추세요, 바람직한 현상이지만 어느 한쪽 성(性)이 과도하게 점유해 힘들어진 분야도 있다. 그중 하나가 교육이다. 학교가 지식과 인성이 고루 발달한 인재를 키워내려면 역할모델로서 교사가 매우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 그럼에도 지금 일선 학교에서는 남(男)교사가 너무 부족해 아이들이 균형 잡힌 교육을 받지 못한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이 어제 한 언론 인터뷰에서 높은 여교사 비율과 관련해 “국가 전체적으로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말한 것은 경청할 가치가 있다. 김춘진 민주통합당 의원이 공개한 남녀교사 비율(2011년 4월 기준) 자료에 따르면 전국 초등학교에서 전체 교사 가운데 남교사 비율은 24%에 머물고 있다. 경기도의 경우 여교사 비율이 초등학교 82.4%, 중고교 71.1%다.

가정에서도 아버지가 직장에 매달리는 바람에 어머니의 과(過)보호를 받고 자라는 아이가 많다. 이들이 학교에서까지 여교사들하고만 지내게 되면 성 정체성을 제대로 익히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남학생들은 여학생보다 언어 발달이 느리고 몸을 많이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 여교사들은 이런 특성을 지닌 남학생과의 소통과 어울림에서 한계를 드러낸다. 여학생도 남교사로부터 진취적 사고와 패기를 배울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학교에서 가장 어려움을 호소하는 부분이 학생들의 생활지도다. 초등학교 고학년만 돼도 여교사보다 키도 크고 힘도 세지는 남학생을 여교사들이 통제하는 데 무리가 따른다. 여교사가 거친 남학생으로부터 성희롱을 당하지 않을까 걱정할 정도로 교실 붕괴가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남학생들이 대화 상대로 선호하는 남교사 비율이 높아지면 ‘왕따’와 학교폭력 예방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교육대학들은 신입생을 선발할 때 30%를 남학생으로 채우는 할당제를 실시하고 있으나 충분하지 않은 게 현실이다. 교대만으로 부족하면 채용 단계에서도 할당제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우수한 남학생들이 교직을 기피하지 않도록 교직에 대한 대우를 높이고 교육여건을 개선하는 일이다. 사정이 다급하다. 김 교육감의 문제 제기를 계기로 여교사 초과 현상을 바로잡기 위한 방안을 사회 전체가 진지하게 고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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