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일자리 나누기, 노사의 내 몫 양보가 열쇠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15일 03시 00분


고용노동부가 어제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한 내년 일자리 대책의 핵심은 ‘일자리 나누기(job sharing)’다. 기업이 현행 주야 2교대제를 철야근무를 없앤 주간 연속 2교대제나 3조 2교대제로 바꾸면서 새로 인력을 뽑으면 정부가 재정 지원을 하는 내용이다. 교대제를 바꾸면 선진국에 비해 월등히 긴 국내 근로자의 근로시간을 줄일 수 있다. 한국노총은 초과근로를 근로기준법 규정(주당 40시간)에 맞춰 금지하면 56만 개의 새 일자리가 생긴다고 주장했다. 올해 규정을 어긴 연장근로만 없앴는데도 일자리가 4% 늘어났다.

근로자는 근무시간이 줄면 개인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나는 대신 소득 감소를 감수해야 한다. 반면에 기업이 조업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추가로 채용하면 전체 인건비가 증가하고 노무관리에 부담이 늘어나며 생산성이 떨어져 손실요인이 적지 않다. 노사 간에 손해를 덜 보려는 경쟁이 생길 수밖에 없다.

정부는 교대제 변경 후 신규 채용 1명당 연간 최대 1080만 원을 최장 2년 동안 지원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 부문의 내년 예산이 98억 원으로 계획돼 새 일자리 창출은 1000개 안팎에 불과하다. 정부 관계자는 “교대제 개편을 위한 노사합의에 시간이 걸리므로 내년에는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결국 대기업 노사 간에 상호 양보가 없다면 일자리 나누기는 안착할 수 없다. 경제 성장이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힘이 갈수록 떨어지는 요즘 같은 때에 청년실업난, 구직난을 완화하려면 일자리 나누기 모델을 적극 개발할 필요가 있다.

철강업체인 대한제강은 2009년 불황이 닥치자 3조 3교대제를 일시적으로 4조 2교대제로 변경해 어려움을 이겨냈다. 월 근로시간이 243시간에서 183시간으로 감소해 임금이 19% 줄었지만 회사 측이 시급(時給) 인상 등으로 보전해줬다. 직원들의 근무 만족도가 높아져 이직률이 감소했다. 2007년 신규 채용한 인력 200여 명을 내보내야 하는 형편이었으나 이들의 고용을 유지해 사실상 채용을 늘린 결과로 이어졌다. 밀폐용기 제조업체 락앤락도 2004년 근로자의 과로를 유발하는 2조 2교대제를 3조 2교대제로 변경했다. 이 회사 근로자들은 생활의 여유를 얻었고 생산성 증가와 채용 증대의 효과까지 거뒀다.

노사정(勞使政)이 손을 잡으면 일자리 나누기 성공 사례를 더 많이 만들어낼 수 있다. 새해에는 노사 간 양보 교섭이 널리 확산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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