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안세영]뉴 코리안 프로젝트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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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세영 객원논설위원·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
안세영 객원논설위원·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
엘레나 스티코바(가명). 우크라이나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우리나라에 와 공부하다 한국 남자와 사랑에 빠져 결혼하곤 대기업에서 근무하고 있다. 트란 추(가명). 베트남 호찌민의 명문대학을 졸업하고 포스코 청암장학금으로 서울에 와 석사학위를 받고 모 은행과장과 짝을 맺어 같은 은행에서 일하고 있다. 이들을 가르쳐 보면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공부를 열심히 할 뿐만 아니라 두뇌가 아주 명석하고 한국문화에 대한 동화력이 대단하다. 바로 이런 ‘뉴 코리안’이 지금 독일 프랑스 일본 등 선진국들이 탐내는 고급인력이다.

이들 국가는 이미 고령화사회에 접어들어 자국민만으로는 국가의 미래를 보장하기가 힘들어졌다. 절대인구가 줄 뿐만 아니라 인구 구조면에서도 지금은 5, 6명이 일해 한 명의 은퇴인구를 먹여 살리나 20∼30년 후에는 3, 4명으로 줄어들어 경제활동 인구가 노년층의 연금이나 의료비를 도저히 부담하지 못하게 된다. 당연히 이는 국가재정의 파탄과 복지사회의 붕괴로 이어진다.

순수혈통 고집 일본의 경제쇠퇴

한때 일본이 잘나갈 때 미국 경제력의 70%까지 쫓아갔으나 지금은 3분의 1 수준이다. 끊임없이 이민을 받아들이는 미국과 달리 순수 혈통을 고집하는 일본은 40년 후면 인구의 4분의 1이 줄어들어 경제력이 미국의 5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진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사회에 접어들어 2018년 4900만 명을 정점으로 인구가 줄어들고 2030년경에는 65세 이상의 고령인구 비중이 25%에 달한다.

유네스코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약 300만 명의 해외 유학생이 있다. 고령화의 함정에 빠지지 않고 지속적 성장을 위해선 외국 인력을 수입해야 한다. 선진국들은 같은 값이면 우수한 고급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유학생 유치경쟁을 벌이고 있다. 우리나라도 2004년부터 ‘스터디 코리아(Study Korea)’ 정책을 실시해 현재 중국 동남아 일본 등에서 온 6만5000명 정도의 유학생이 국내 대학에서 공부하고 있다. 우리보다 대학 규모가 훨씬 작지만 ‘월드 클래스 대학(WCU)’ 프로그램으로 교육허브 정책을 펼치는 싱가포르에는 무려 10여만 명의 외국 학생이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지금부터라도 더 적극적인 유학생 유치정책을 펼칠 필요가 있다.

문제는 미국 유럽 싱가포르 등 주변 국가들이 우수인력 유치를 위해 혈안이 돼 있는데 상대적으로 교육여건이 불리한 우리나라가 어떻게 고급두뇌를 불러들이느냐는 것이다. 여기에 대한 답은 간단하다. 우리나라가 경쟁국보다 좀 더 일찍, 빨리 움직이면 된다. 즉, 현지국의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코리안 드림-십만’ 프로그램을 실시해 조기에 우수인력을 선점하는 것이다.

지금처럼 학업능력을 고려하지 않고 중국 등에서 어중이떠중이 다 끌어오는 식의 유학생 유치에서 벗어나기 위해 정부가 직접 나서서 상대국 정부와 협조해 현지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가칭 ‘코리안 드림 수학 올림피아드’를 매년 실시해 우수한 학생을 한국정부 국비장학생으로 선발하는 것이다. 수학능력만 평가하는 이유는 수학적 두뇌가 고급인력을 판단하는 가장 좋은 기준이기 때문이다.

우선 우리와 문화적 거리가 멀지 않은 중국 베트남 등을 대상으로 시작하고 유학조건은 ‘장학금 플러스알파’를 제공하는 것이다. 알파란 대학성적이 우수하면 졸업 후 국적을 취득하고 결혼해 한국인으로 살게 해주는 것을 말한다. 일종의 조기교육이민인 셈이다. 영국 같은 나라는 2002년부터 ‘고급인력이민 프로그램’에 의해 일정 자격 이상을 갖춘 고급두뇌에게는 거의 자동적으로 국적을 부여하고 있다. 물론 상당한 정부 예산 부담이 있지만 이 정책의 경제적 사회적 시너지 효과는 엄청나다. 우선 학생 부족으로 허덕이는 국내 대학에 우수한 인력을 공급할 수 있고 특히 이공계 대학의 심각한 연구인력 부족난에 숨통을 틔울 것이다. 세계로 뻗어가는 우리 기업들의 글로벌 경영에 필요한 현지 진출 인력을 제공할 수도 있다. 더욱이 우리나라가 이 정책을 통해 아시아의 교육허브로 부상하면 자연히 자비 유학생들도 몰려오는데 2만 명을 데려오면 무려 3000억 원의 경제적 효과가 있다.

10만명 외국 고급두뇌 유치해야

이미 우리나라에 120여만 명의 단순노동인력과 20여만 명의 국제결혼인력이 들어와 있다. 이는 좋든 싫든 다문화사회로 가지 않을 수 없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코리안 드림 프로그램으로 향후 10년간 10만 명의 고급인력을 데려와 ‘뉴 코리안’으로 이 땅에 삶의 둥지를 틀게 만들면 장기적으로 우리 사회의 고령화 문제의 짐을 덜어주고 경제의 지속적 성장을 가능케 하는 버팀목이 될 것이다.

안세영 객원논설위원·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 syahn@sog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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