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세계경제 불안 확산, 저성장 저고용 어떻게 넘을까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26일 03시 00분


국제신용평가회사 무디스가 “재정 건전화와 공공부문 부채감축 목표를 달성할 능력이 있는지 불확실하다”며 헝가리의 국가신용등급을 투기등급인 Ba1으로 떨어뜨렸다. 피치는 포르투갈의 신용등급을 투기등급으로 강등했다. 유럽의 경제 우등생인 독일이 국채 발행 목표를 못 채우는 이변(異變)도 일어났다. 유럽 재정위기 충격은 남유럽을 넘어 동유럽과 서유럽으로 번지면서 세계경제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아시아와 미국 경제를 둘러싼 악재도 쏟아졌다. 신흥 경제대국인 중국에선 제조업 위축을 보여주는 통계가 나왔다. 재정적자 감축을 위한 여야 합의가 실패한 미국의 제조업, 소비, 고용 지표도 모두 부진하다. 무디스가 올해 8월 일본의 신용등급을 낮춘 데 이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도 일본의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을 시사했다.

한국은 선진국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재정이 건전하고 실업률도 낮아 국가신용등급 전망이 오히려 높아졌다. 지금까지는 비교적 선전(善戰)했다. 그러나 경제의 대외 의존도가 크고 내수시장 규모가 작아 세계경제 위축이 본격화하면 더 큰 충격을 받는다. 미국 유럽 아시아 등 세계 3대 경제권이 모두 침체에 빠져들면서 우리 기업들의 수출에 차질이 생기고 성장도 둔화하고 있다. 주식 외환시장 등 금융시장 역시 해외발(發) 변수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정부 기업 정치권 국민이 모두 긴장감을 늦춰서는 안 된다.

성장엔진이 흔들리고 금융불안이 커지면서 선진국 기업들은 해고를 늘리기 시작했다. 국내에서도 경기에 민감한 건설 금융 물류 유통업종을 중심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 기업이 증가하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때는 우리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해고를 최소화하는 노력을 해 ‘고용 대란’을 막았다. 하지만 이번 글로벌 위기는 재정악화에 따른 ‘빚의 복수’ 성격이 짙어 어느 나라도 과감한 재정투입에 나서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경기 침체가 길어지면 한국도 내년에 인적 구조조정 규모가 커질 수 있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의 스티븐 로치 아시아 담당 회장은 “미국의 재정적자 감축과 유로권의 채무위기 지연에서 드러난 선진권의 정치 불안정이 세계경제를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며 선거를 앞두고 정치가 경제에 미칠 악영향을 경고했다. 내년 한국경제 역시 해외발 경제위기라는 악재와 함께 총선과 대선의 해라는 국내 정치사회적 변수에 크게 영향을 받을 것이다. 저(低)성장 저고용 위험에 대비하려면 모든 경제주체가 힘을 합쳐야 한다.

‘대선의 해’였던 1997년 여야 정치권은 표만 의식해 정쟁(政爭)에 몰두하고 무책임한 포퓰리즘 공약을 남발했다. 노동계는 걸핏하면 시위와 파업을 벌였다. 그해 한국이 외환위기를 맞았던 데는 정치사회적 불안도 큰 영향을 미쳤다. 국내외 경제의 불안요인이 커져 가는데도 요즘 우리 정치권과 노동계, 일부 사회단체가 보여주는 행태는 과거의 교훈을 잊은 듯하다. 정치권이 정략적 목적을 위해 경제위기와 저성장 저고용을 부채질하는 일은 자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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