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방형남]국토 색깔의 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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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25일 2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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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럼스펠드는 미국 국방장관 재임 시절 집무실에 한반도의 밤 모습을 찍은 인공위성 사진을 걸어놓았다. 사진 속의 휴전선 남쪽은 환한데 북쪽은 평양에만 희미한 불빛이 보일 뿐 전역이 캄캄하다. 밤의 한반도는 전력난을 겪는 북한과 풍요를 누리는 남한을 극명하게 대비시킨다. ‘빛의 분단’이라는 이름을 붙일 만하다. 북한의 실세였던 김용순 대남담당 비서도 2000년 야간에 헬기로 제주에서 서울로 이동하며 전 국토가 불야성인 것을 보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남북한 산하의 색깔도 분단의 아픔을 보여준다. 영국의 위기관리 전문기업 메이플크로프트는 북한의 산림 황폐화가 나이지리아 인도네시아에 이어 세계에서 3번째로 심각하다고 발표했다. 유엔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일한 산림녹화 성공사례’로 평가한 남한의 울창한 산림과 대비된다. 서울대 환경대학원 박종화 교수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지구관측위성 센서 정보를 분석해 민둥산이 북한 전체 면적의 11.3%인 1만3878km²라고 밝혔다. 남한 전체가 신록에 물드는 계절에도 위성사진 속 북한 땅은 여기저기 갈색이다. 산림청은 북한의 산림을 복구하려면 무려 49억 그루의 나무를 심어야 한다고 추정한다.

▷해상으로 탈북한 사람들은 배를 타고 내려오다 해변의 울창한 숲을 발견하고 남한에 도달한 것을 확인한 뒤 가슴을 쓸어내렸다고 토로한다.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임진강 북쪽 산들을 바라보면 하나같이 헐벗은 민둥산이다. 북한은 마구잡이 개간과 벌목으로 나무가 줄어드는 빈곤형 산림 황폐화의 길을 걷고 있다. 북한 주민은 굶주림을 피하기 위해 너도나도 산자락을 파헤쳐 다락밭을 만들고 겨울철에는 땔감을 장만하기 위해 어린 나무까지 마구 잘라간다. 올여름 북한의 극심한 홍수 피해에서 드러났듯이 벌거숭이 산 때문에 홍수와 가뭄이 심해지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남한은 1960, 70년대 대대적인 산림녹화로 전 국토를 푸르게 만드는 기적을 이뤘다. 남쪽에서 잘 자라는 나무가 북쪽이라고 뿌리를 내리지 못할 이유가 없다. 북한이 마음만 먹으면 남한의 산림녹화 노하우를 전수받을 수 있다. 정부는 이명박 대통령의 지시로 북한 조림 지원사업 검토를 마쳤다. ‘겨레의 숲’을 비롯해 많은 단체들이 북한의 산림 복구를 돕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지만 정작 북한은 별 관심이 없는 듯하다.

방형남 논설위원 hnb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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