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통일 재원 마련, 국민 공감대부터 확산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25일 03시 00분


정부는 남북협력기금 안에 ‘통일항아리(통일계정)’를 만들고 통일에 필요한 비용을 차곡차곡 쌓는 계획을 세워 국회 승인을 받을 계획이다. 20년 뒤 통일이 이뤄진다고 가정할 경우 첫 1년간 사용될 55조9000억 원을 마련하는 것이 목표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해 8·15 경축사에서 언급했던 통일세는 어려운 경제 여건을 감안해 부과하지 않기로 했다. 그 대신 종잣돈 개념의 정부 출연금과 매년 1조 원씩 예산에서 배정되는 남북협력기금에서 쓰고 남은 돈, 민간 출연금 등을 주요 재원으로 삼는다.

북한의 곤궁한 경제 상황과 굶주리는 주민의 불만을 감안하면 김정일 김정은 세습체제가 갑자기 붕괴하는 급변사태가 일어나지 말라는 법도 없다. 우리가 착실하게 준비해 놓지 않으면 55조∼277조 원이 소요되는 막대한 통일비용을 하루아침에 만들 재간은 없다. 정부의 통일재원 마련 법제화는 세대간에 통일비용을 분담하고 안정적으로 재원을 적립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반드시 필요하다. 2400만 북한 주민에게도 한국이 통일을 차근차근 준비한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중국 러시아 일본 미국에는 우리의 통일 의지를 과시할 수 있다. 독일이 완벽한 통일 설계도가 없는 상태에서 통일을 맞은 뒤 겪었던 혼란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준다.

재정 준비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통일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국민적 공감대를 확산하는 일이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통일은 비용이 들고 번거로운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조사 결과 ‘통일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청소년 비율은 2007년 43.8%에서 2010년 23.3%로 크게 줄었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가 이달 전국 성인 남녀 101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응답자의 70.6%가 ‘통일이 됐을 때 혜택보다 비용이 크다’고 응답했다. 교육현장에서는 “초중고교에서 통일교육을 강화하려 해도 특정 이념을 대변한다는 논란이 불거지는 탓에 어렵다”는 소리가 나온다.

그러나 통일이 되지 않을 경우 남한이 감당해야 하는 비용은 더 크다. 호전적인 북한 정권이 그대로 존속하면 핵 도발이나 천안함, 연평도 사태 같은 공격을 계속하려 들 것이다. 통일을 향한 국민의 뜻이 모이면 비용이 다소 부담스럽더라도 기꺼이 통일을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다. 통일이 이뤄졌을 때 요구되는 사회 인프라와 법적 제도적 문제를 망라하는 통일 매뉴얼을 주도면밀하게 작성해 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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