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MB 정부, 한미 FTA 이후의 대외경제 비전 제시를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23일 03시 00분


우리 경제가 내년에 글로벌 시장을 향해 새롭게 비상할 수 있는 날개를 달았다. 내년 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되면 세계 최대 경제권인 유럽연합(EU)에 이어 세계 제일의 경제대국 미국과 무역 국경이 사라진다. 무엇보다 우리 제품의 국제경쟁력 강화가 기대된다. 미국 시장에서 경합 품목이 많은 일본 중국보다 유리한 위치를 선점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진다. 이만우 고려대 교수는 “FTA를 통해 선진 노동 제도를 받아들이면 미국의 44%, 일본의 62%에 불과한 우리 노동생산성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최병일 이화여대 교수는 “중장기적으로 한국의 규제가 투명해지고 예측가능성이 높아져 국제신인도가 개선되면 외환 및 증권시장의 불확실성이 줄어드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국책연구기관들은 한미 FTA 발효로 우리 수출이 15년간 연평균 32억 달러, 외국인투자가 10년간 연평균 23억∼32억 달러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최근 미국은 연방정부의 재정적자 감축방안 마련에 실패했다. 유럽의 재정위기는 남유럽에서 헝가리 등 동유럽으로 번질 기세다. 한미 FTA는 올해 수출입을 합쳐 무역 1조 달러 클럽에 가입하는 우리 경제가 글로벌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데도 도움을 줄 것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내년 우리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8%로 낮추면서도 “한미 FTA가 발효되면 3.9∼4.1%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성장률 둔화는 세계적 추세지만 우리 경제도 잠재성장률이 하락하고 일자리 창출 능력이 크게 위축됐다. 우리는 한미 FTA를 경제체질 강화의 발판으로 활용해야 한다. 정부는 지난 10여 년간 서비스산업 육성을 강조했지만 실효성 있는 정책을 펴지 못했다. 서비스 산업 개방 확대를 국내 서비스 산업 고도화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이를 통해 성장을 촉진하고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어내야 한다.

한미 FTA로 손해를 보는 산업과 업종도 생길 수밖에 없다. 정부가 농어업 피해대책으로 22조1000억 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지만 적당히 나눠먹는 방식으로는 농어업의 근본적 업그레이드를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가 고도의 농어업 발전 전략을 펼친다면 이들 분야에서도 국제경쟁력을 확보할 여지는 얼마든지 있다. 임시변통의 주먹구구식 시혜성(施惠性) 정책과 이에 길들여진 영농(營農) 영어(營漁) 구조를 혁신해야 한다.

법적 환경이 크게 다른 한미 기업 간에 분쟁도 늘어날 소지가 있다. 개별 중소·중견기업이 통상 소송을 독자적으로 수행하기는 힘든 만큼 정부가 전문 변호사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등 법적 대응능력을 키워줄 필요가 있다.

제삼국의 FTA 도전도 만만치 않다. 일본은 미국을 비롯한 태평양 국가들이 거대 단일시장 구축을 목표로 추진하는 다국 간 FTA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에 참가하겠다고 선언했다. 미일 등의 TPP 추진에 놀란 중국은 한중일 FTA 협상을 제의했다. 각각 자국을 중심으로 세계적 지역적 통상질서를 재편하려는 FTA 경제외교가 치열해지고 있다. 우리는 미국 EU를 비롯한 세계 주요국 및 지역과 FTA를 먼저 성사시켜 유리한 상황이지만 여기서 멈출 일은 아니다.

어제 국회에서는 지방세법 개정안 등 한미 FTA 이행을 위한 14개 관련 법안도 함께 통과돼 한미 FTA 발효에 필요한 기본 요건은 갖춰졌다. FTA 협정문에 맞춰 각종 시행령 등 하위법령을 꼼꼼히 손봐야 기대하는 실효를 제때 거둘 수 있다. 정부는 한미 FTA가 내년 1월 1일 발효되는 데 조금도 차질이 없도록 후속작업을 철저히 하기 바란다. 그리고 한미 FTA 발효 이후의 대외 경제통상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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