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치 주가’ 급등하자 주식 판 안철수硏 경영진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21일 03시 00분


보안솔루션 업체인 안철수연구소의 주가가 이상(異常) 급등한 올해 9월 이후 이 회사의 상당수 경영진은 보유 주식을 대거 팔았다. 김홍선 대표는 10월 14일 자신이 가진 주식의 절반인 1만 주를 6억여 원에 매각해 수억 원의 차익을 거둔 것으로 추정된다. 조동수 상무는 이달 14일 주식매수청구권(스톡옵션)을 행사해 주당 7650원에 4500주를 취득한 뒤 이틀 뒤 주당 8만2322원에 모두 처분해 3억여 원의 차익을 남겼다. 김기인 조시행 상무 등도 9∼11월에 보유 주식을 대거 매각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대주주인 안철수연구소의 올해 1∼8월 평균 주가는 주당 2만 원이었다. 그러나 안 원장의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설이 나온 9월 2일부터 폭등해 10월 24일 10만 원까지 치솟았다. 이달 18일 종가(終價) 8만4200원은 액면가 500원의 168배를 넘는다. 주식 37.1%를 보유한 안 원장의 지분 평가액도 올해 초 720억 원대에서 3000억 원대로 급증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안철수연구소의 올해 실적이 당초 예상을 웃도는 점을 감안해도 최근 주가 수준은 어떤 기준으로 봐도 정상 범위를 크게 벗어난 거품 주가”라고 분석한다.

안철수연구소 측은 “경영진이 스톡옵션 행사로 취득한 주식을 매도한 것은 개인의 선택이므로 회사 측에서 왈가왈부할 수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법적 문제는 없다고 하더라도 ‘정치 소재’로 주가가 단기 급등하자 임원들이 주식을 내다팔아 거액의 차익을 챙긴 것은 기업윤리 측면에서 개운치 않다. 보유 주식 중 절반을 사회에 기부하겠다고 발표한 안 원장이 평소 강조한 나눔과 사회공헌의 정신에도 어울리지 않는다.

9월 2일부터 이달 15일까지 안철수연구소의 하루 평균 거래량은 271만 주에 이른다. 유통 가능한 물량의 절반 이상이 거의 매일 거래될 만큼 과열 양상이다. 기관 및 외국인투자가의 매매 비중은 미미하고 99%가량이 개인 사이에서 거래되고 있다. 단기 차익을 노린 ‘개미 투자자’들의 단타 매매는 위험 수위를 훨씬 넘어섰다.

최근 증시에서 대표적 ‘정치 테마주(株)’가 된 안철수연구소 주식은 안 원장의 정치 행보에 따라 가격이 급등락할 가능성이 높다. 주가가 기업 실적의 범위를 지나치게 벗어나 정치 거품이 많이 끼면 언젠가는 실적에 맞는 수준으로 크게 떨어진다. 개인 투자자들이 뒤늦게 ‘상투’를 잡고 후회하지 않으려면 테마주 분위기에 휘둘리지 않고 냉철한 투자 자세를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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