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소비자 속인 파워블로거와 기업 엄벌 못하나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15일 03시 00분


인터넷쇼핑을 하는 소비자들은 사용자들의 댓글을 눈여겨본다. 상품의 종류는 많고 정보는 부족한 상황에서 특정 상품을 직접 써 본 사람들의 솔직한 의견은 소비자의 선택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 인터넷 포털에서 각 분야 전문가로 활동하는 파워블로거들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주부 이모 씨는 “사용 후기(後記) 댓글은 상품 제조사가 조작해서 올릴 여지가 있지만 유명 포털에서 선정된 파워블로거는 독립적 객관적으로 활동하는 인상을 줘 주부들이 신뢰한다”고 말했다.

이런 사회적 신뢰를 배신한 행태가 드러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인터넷에서 공동구매를 알선하고 업체로부터 거액의 수수료를 받은 파워블로거 7명을 전자상거래법 위반 혐의로 적발했다. 이들은 식품 주방기기 등의 판매업체들과 사전 약정을 맺고 호의적인 사용 후기를 블로그에 올린 뒤 주부들에게 공동구매를 주선했다. 인터넷쇼핑에서 ‘입소문 마케팅’의 홍보 효과가 높다는 점을 악용해 업체와 짜고 비영리 공동구매인 것처럼 소비자를 속인 것이다. 이들이 공동구매를 주도한 상품 중에는 인체에 유해하다는 시험 결과가 나온 식기세척기도 있다.

파워블로거의 뒷돈 수수 의혹은 오래전부터 제기됐다. 제조업체의 홍보문구를 거의 그대로 베껴 올리는 블로거가 적지 않다. 비판적인 글을 안 쓰는 조건으로 금품을 받기도 한다. 블로거가 ‘맛집’ 추천 대가를 요구하거나 반대로 음식점 측이 블로거에게 금품을 제안하는 경우도 있다. 블로그에 영향력 있는 서평을 쓰는 ‘파워북로거’ 4명 중 1명은 저자나 출판사로부터 대가성 서평 청탁을 받은 적이 있다고 밝혔다. 공정위가 이번에 조사한 50개 블로그와 카페 중 비(非)영리적으로 공동구매를 진행한 곳은 한 곳도 없었다.

현행법상 소비자에게 알리지 않고 수억 원의 수수료를 받은 블로거를 엄중히 처벌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최대 5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는 게 전부다. 이들을 무겁게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파워블로거의 거액 수수료 수입에 대해 세금을 추징하는 것도 당연하다. 인터넷 포털은 소비자를 기만한 파워블로거가 포털에 다시 발붙이지 못하도록 관리해야 한다. 소비자보호기관들도 파워블로거의 책임성과 윤리를 감시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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