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김진숙 사법처리는 노사협상 대상 아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11일 03시 00분


한진중공업 사태가 11개월 만에 타결되면서 크레인 위에서 309일간 농성을 벌인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이 내려왔다. 한진중 노조는 정리해고자 94명을 1년 내에 재고용한다는 잠정 합의안을 어제 조합원총회에서 가결했다. 회사 측은 해고자에게 1인당 2000만 원의 생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이번 사태는 개별 기업의 노사 문제에 제3자들이 개입해 사태를 주도한 나쁜 선례를 남겼다. 노사 합의안에는 이들이 법과 원칙을 훼손하며 내세운 무리한 요구가 대부분 반영됐다. 한진중 노사는 파업 반 년 만인 올해 6월 희망퇴직을 통한 정리해고에 합의하고 조업을 재개했으나 김진숙 씨 등은 정리해고 완전 철회를 요구하며 불법 농성을 계속했다. 민주당 민주노동당 등 정치권과 좌파 운동권 단체들이 가세해 부산으로 4차례에 걸쳐 ‘시위 버스’를 보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조남호 한진중 회장을 청문회장으로 불러내 정리해고자 복직 권고안을 수용하라고 압박했다. 국회 환노위가 개별 기업의 노사문제에 개입해 기업주의 항복을 받아내다시피 한 것도 정상이 아니다.

조 회장도 비판 받을 대목이 많다. 회사 측은 일감이 줄었다는 명분으로 정리해고를 했지만 주주에겐 거액을 배당했고, 조 회장은 해외에 머무르며 노조와의 대화를 피했다. 회사 측은 수주(受注) 물량이 줄어드는 영도조선소를 살려내고 근로자와 고통을 분담하려는 의지가 부족했다. 영도조선소를 고사(枯死)시켜 필리핀 수비크 조선소로 일감을 가져가려 한다는 근로자들의 의심이 노사분규를 악화시킨 근본 원인인데도 회사 측은 적극적으로 해명하지 않았다.

김진숙 씨의 크레인 농성은 명백한 불법 행위다. 김 씨는 남의 회사에 무단으로 들어가 시위를 선동하고 업무를 사실상 마비시켰다. 법원은 김 씨에 대해 올해 1월 17일부터 하루 100만 원씩 이행강제금을 내도록 했다. 한진중 노사가 상호 고소·고발을 취하하기로 했으나 건조물 침입과 업무방해 등 김 씨의 실정법 위반은 별개의 문제다. 민노총을 비롯한 좌파단체들은 그를 영웅으로 띄우려 하겠지만 당국은 반드시 불법행위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김 씨에 대한 사법처리가 노사협상의 대상이 돼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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