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방형남]南男北女 결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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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3일 2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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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남북녀(南男北女)라는 말은 사학자 이능화의 ‘조선여속고(朝鮮女俗考)’에 처음 등장한 뒤 ‘여자는 북쪽에 미인이 많고, 남자는 남쪽에 미남이 많다’는 의미로 사용됐다. 요즘에는 남남북녀의 의미가 시대상에 따른 변화를 겪고 있다. 국내에 정착한 탈북 여성과 한국 남성이 부부의 연을 맺는 것을 ‘남남북녀 결혼’이라고 한다. 최근 서울에서만 한 해 300∼400명의 남남북녀 커플이 탄생하고 있다. 영화 ‘쉬리’와 TV드라마 ‘아이리스’에 나오는 북한 여성과 남한 남성의 사랑이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올해 1월 현재 한국에 입국한 탈북자 2만 명 가운데 77%가 여성이다. 여성 탈북자는 2000년 이후 급격하게 늘어 2002년 50%를 넘어섰다. 여성 탈북자 가운데 결혼을 많이 하는 20∼40대가 59%를 차지한다. 이들이 남남북녀 결혼 현상을 만들어내는 중심축이다. 탈북 여성들에게는 한국 남성과의 결혼이 성공적으로 정착해 안정을 찾을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이다.

▷남남북녀의 결혼을 중개하는 전문 업체까지 생겼다. 2006년 사업을 시작한 남남북녀 결혼컨설팅을 비롯해 15개의 소개업소가 성업 중이다. 남남북녀 결혼컨설팅의 최영희 대표는 “북한 출신 여성들은 배우자의 됨됨이를 우선시하고 남한 여성들보다는 연령 직업 교육 수준 등을 덜 따지기 때문에 결혼 성사율이 높다”고 설명한다. 순종적인 태도도 남한 남성의 호감을 끄는 요인이다. 2일 방영된 TV의 미혼남녀 짝 찾기 프로그램에서도 탈북 여성이 6명의 남성 출연자 가운데 3명으로부터 선택을 받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소개업체를 통해 지난해 탈북 여성을 만나 올해 초 결혼한 강모 씨(35)는 “살아온 환경이 달라 힘들 것이라 예상했는데 기우였어요. 아내가 시댁 식구들한테도 참 잘해요”라며 행복해한다. 남남북녀 커플이 많아지는 것은 통일 이후를 위해서도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남녀북남(南女北南) 커플은 많지 않다. 농촌으로 시집가기를 기피하는 한국의 도시 여성들은 북에서 온 남성과의 결혼도 주저하는 것 같다. 통일이 빨리 이뤄진다면 한국 사회에 일찍 정착한 탈북남성들은 고향 아가씨들에게 일등 신랑감이 되겠지만.

방형남 논설위원 hnb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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