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송평인]문화적 좌파와 우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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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28일 2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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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평인 논설위원
송평인 논설위원
서울시장 선거운동 때 박원순 시장이 서울 안국동 선거캠프 앞에서 멘토단과 함께 찍은 사진이 일간지에 일제히 실렸다. 박 시장의 양옆에는 소설가 공지영 씨와 여배우 김여진 씨가 팔짱을 끼고 섰고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 박재동 화백의 모습이 보였다. 박 시장은 앞서 조국 서울대 교수와 함께 남산 둘레길을 걷는 모습이 사진에 찍히기도 했다. 트위터에서 그를 지지한 문화예술인을 보면 소설가 이외수, 가수 이효리, 개그맨 김제동 씨 등 각 분야의 다양한 인기인이 망라돼 있다. 물론 박 시장의 알파와 오메가였던 안철수 서울대 교수를 빼놓을 수 없다.

문화적 좌파에 밀리는 우파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 옆에는 어떤 문화예술인이, 어떤 멘토로 불릴 만한 사람들이 있었는지 모르겠다. 나 후보 곁에서 봤던 유명인은 박근혜 홍준표 등 정치인밖에 기억나지 않는다. 이런 것도 따지고 보면 박 시장과 나 후보의 승패를 가른 원인이다.

스타란 그가 하는 것을 따라하고 싶게 만드는 사람이다. 공지영 씨의 소설 ‘도가니’를 감동적으로 읽거나 김제동의 예능을 좋아하고 이효리의 댄스를 좋아하는 사람은 그들의 정치적 선택을 따라하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힌다. 게다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생기기 전과는 달리 지금은 그 스타들이 신문 방송 등 매체를 통하지 않고 직접 트위터에서 의사를 표현할 수 있게 됐다. 스타의 선택을 직접 들을 수 있게 되면서 이들의 영향력은 더 커졌다. 물론 반드시 SNS를 통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안 교수는 SNS를 사용하지 않았다. 그가 박 후보를 지지한다는 것이 신문과 방송을 통해 전달되는 것만으로 선거 판세를 들었다 놓았다 했다.

한나라당도 스타 문화예술인을 영입해 SNS에서의 역량을 강화한다고 한다. SNS라는 것이 자발성을 기반으로 하는데 영입은 개념이 없는 말이다. 다음 달 5일부터는 앵커우먼 출신의 김은혜 전 청와대 대변인과 개그우먼 조혜련 씨가 안 교수와 시골의사 박경철 씨의 ‘청춘콘서트’와 유사한 ‘드림토크’를 시작한다고 한다. 이것도 흉내내는 것 같아서 자연스럽지는 못하다.

사실 대체로 어느 나라에서나 문화적 우파가 문화적 좌파의 영향력을 따라가지 못한다. 프랑스에서는 과거 좌파 지식인 사르트르가 우상으로 추앙받은 반면 우파 지식인 레몽 아롱은 홀대를 받았다. 사르트르는 스탈린 체제를 찬양했고 아롱은 비판했다. 그러나 사람들은 공산주의가 붕괴될 때까지도 아롱과 함께 옳기 보다는 사르트르와 함께 실수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사실 문화계 자체가 정치나 경제와 같은 분야에 비해 좌측에 서 있어서 그런지 모른다.

문화적 주도권 싸움은 장기전

우리라고 다르지 않다. 지난해 6·2 지방선거에서 8·24 주민투표를 거쳐 최근 10·26 재·보궐선거까지 관통한 전면적 무상급식이라는 이슈만 보더라도 단계적 무상급식 쪽의 논리가 훨씬 정치하고 책임감이 있었지만 “아이들 밥먹이는 문제인데 인색하다”는 주장에 한 번도 아니고 두 번 세 번이나 밀리고 말았다.

정치라는 게 문화적 주도권만으로 이기고 지고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일방적으로 밀려서는 안되는 게 그 주도권 싸움이다. 그건 임기응변적으로 스타 문화예술인에게 눈독을 들이는 것만으로 해답이 안 나온다. 어떤 문화예술인을 스타로 만드는 것은 따지고보면 독자요 시청자다. 특히 젊은 독자요 시청자다. 그런 독자와 시청자를 사로잡을 수 있을 때 SNS에서 어느 스타 문화예술인이 부르지 않아도 스스로 신호를 보내올 것이다.

한나라당은 자기 조직에 눈을 돌려볼 필요가 있다. 한나라당이 진정한 대학생 하부조직이나 갖고 있는지 의문이다. 유럽의 정당들은 휴가철에는 청소년 정치캠프를 운영하며 젊은 세대들에 다가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람시의 말처럼 문화적 주도권 싸움은 더디지만 길게 보고 가야 하는 장기전이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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