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송평인]2040 표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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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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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선거에서 박원순 무소속 후보는 40대 유권자로부터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의 2배가 넘는 표를 얻었다. 박 후보의 득표율은 30대에서 나 후보의 3배를, 20대에서 2배를 넘었다. 반면 50대 이상에선 나 후보가 앞섰다. 20∼40대가 늘 이런 투표 성향을 보인 것은 아니다. 2007년 대선에선 이들 세대에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정동영 민주당 후보를 크게 앞섰다. 20∼40대 표심을 되찾는 게 한나라당에 발등의 불이다.

▷신구(新舊) 세대 사이에 있는 40대는 1962∼1971년생으로 1980년대 대학을 다닌 386세대다. 1987년 민주화 시위의 기억을 생생하게 간직한 항쟁 세대이지만 경제호황기에 큰 어려움 없이 직장에 들어갔고 한동안 생활수준의 향상을 체감하며 살았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높은 자리에 있지 않아 구조조정도 피해 갔다. 그러나 몇 해 전부터 자녀의 사교육비 급등과 비싼 대학등록금으로 고통을 겪으며 노후 대비를 못하는 사람이 수두룩해졌다. 중년 이후가 불안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변화에 표를 던진 듯하다.

▷30대는 20대보다 더 야당 성향이 강한 세대다. 지난해 6·2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30대에서 오세훈 한나라당 후보에 비해 한명숙 민주당 후보를 지지하는 비율이 가장 높았다. 1972∼1981년생으로 90년대 대학 학번인 이들은 학창 시절부터 컴퓨터를 사용한 첫 세대여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적응력이 높다. 1997년 외환위기를 겪어 취업 때부터 고생을 했고 아직 내 집 마련을 못한 사람이 많은 세대로 전세금 상승에 시달린다. 자녀가 어려 무상급식 무상보육 공약에도 민감하다. 선거일 막판에 투표소로 달려가는 넥타이 하이힐 부대가 주로 30대로 분석된다.

▷20대는 1982∼1991년생으로 2000년대 학번이다. 상당수가 대학에 가는 고학력시대를 살고 있지만 고용 없는 성장 속에서 취업난에 시달리고 있다. 반값 등록금 공약에 공감하고 청년실업 해소에 목을 맨다. 40대를 잡으려면 교육비 경감, 30대를 잡으려면 전세금 인하와 무상급식 및 보육, 20대를 잡으려면 청년실업 해결이 급선무다. 한나라당이 이걸 모르는 건 아닐 터지만 어느 것 하나 쉬워 보이지 않는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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