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권순택]선거일 효도관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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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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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선거의 최대 변수를 투표율로 보는 건 근거가 있다.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전체 투표율이 낮으면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 높으면 무소속 박원순 후보가 유리해진다. 진짜 중요한 건 세대별 투표율이다. 20, 30대가 투표장에 몰리면 박 후보, 50대 이상의 투표율이 높으면 나 후보가 유리하다. 과거 선거 때 보수단체가 ‘효도봉사단’을 만들어 노약자들을 투표장에 모신 거나 좌파진보 진영이 투표 인증샷이나 문자메시지로 젊은이들을 투표장에 끌어낸 것도 세대별 투표율 때문이었다.

▷과거 선거의 최대 변수는 지역감정이었다. 후보 출신지에서 90% 이상 몰표도 나왔다. 고향만 알면 누굴 지지하는지 물어보나 마나였다. 여론조사 기관들은 무응답자 본인이나 부모의 본적으로 판별분석을 해서 재미를 봤다. 그러나 3김 시대가 끝나고 지역갈등이 희석되면서 지역 대신 세대가 강력한 선거 변수로 등장했다. 부모의 고향이 아닌 서울이나 대도시에서 나고 자란 젊은 세대는 ‘동년배 그룹’의 정치성향에 동조하는 경향을 보인다.

▷박 후보 공개 지지자인 서울대 조국 교수의 트위터에 한 팔로어가 ‘부모님이 서울시장 선거일에 투표하지 못하도록 효도관광을 예약해 드렸다’는 취지의 글을 남겼다. 이에 조 교수가 “진짜 효자!!!”라고 답해 논란이 되고 있다. 경박한 트윗질이다. 2004년 총선 때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의 ‘노인 폄훼 발언’을 연상시킨다. 그는 KAIST 학생들의 자살 사태 때 자살 원인이 밝혀지기도 전에 KAIST를 ‘Killers Advanced Institute of Stupid Technology(살인자들의 바보기술원)’라고 비유해 물의를 빚자 사과한 적이 있다.

▷기성 정치인보다 새 인물을 선호하는 젊은 세대의 경향은 탈(脫)정치화 현상으로 볼 수 있다. 정주영 후보가 출마한 1992년 14대 대선과 1995년 서울시장 선거의 박찬종 돌풍 때도 비슷한 현상이 있었다. 젊은 세대가 일곱 살 많은 박 후보를 더 지지하는 것이 나 후보로서는 다소 억울할 수도 있다. 한나라당은 젊은 세대와 더 소통하는 노력을 해야겠지만, 박 후보 지지자들은 노인들을 정치에서 밀쳐내려는 듯한 표현을 삼가야 한다.

권순택 논설위원 maypo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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