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소프트웨어 우대 ‘KT 모델’ 늦었지만 확산돼야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9월 30일 03시 00분


삼성전자가 그제 마이크로소프트(MS)와 크로스 라이선싱(특허권 상호부여)에 합의해 제휴체제를 다졌다. 삼성전자는 또 인텔, 리눅스 재단 등과 휴대전화에 적용할 ‘티즌’이라는 새 운영체제(OS)를 개발한다. 애플(iOS)과 구글(안드로이드)에 맞설 연합전선을 구축하려는 것이다. 글로벌 정보기술(IT) 거인들의 이합집산은 특허와 소프트웨어(SW)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핵심 특허를 갖고 있어야 산업의 주도권 쟁탈전에 뛰어들 수 있다. 글로벌 특허전쟁의 40%는 기술혁신이 빠르고 특허 출원이 많은 IT 분야에서 벌어진다. 최근 뜨거운 공방전을 벌이고 있는 삼성전자와 애플의 손에 들린 무기도 특허다. 올해 애플이 캐나다의 노텔을, 구글이 모토로라를 인수하고 MS가 노키아와 공조를 강화한 것도 특허 확보를 위한 전략이었다.

글로벌 IT 시장에서 ‘스마트 혁명’ ‘SW 대변혁’이 전개되는 가운데 국내에서는 ‘SW 푸대접-SW 인적자원 약화-경쟁력 저하’의 악순환이 이어졌다. 대기업의 하청업체 신세인 국내 SW 개발업체들은 살아남기도 힘겹다. 영세업체들은 주문을 따면 개발자를 모아 일을 시키고 납품 후 이들을 내보내야 했다. 젊은이들은 ‘야근과 저임’으로 상징되는 SW 업계를 기피했고 주요 대학 전산과와 컴퓨터공학과의 정원은 갈수록 줄어들었다. S급 인재는 미국 등 해외로 나갔다. 한국 SW 산업의 경쟁력이 떨어져 세계적인 수준의 SW 개발은 기대할 수도 없었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일에 KT가 나섰다. KT는 SW를 주문할 때 인건비가 아닌 미래가치를 기준으로 값을 쳐주고 개발 과정에서 얻은 지적재산권을 개발회사가 갖도록 했다. SW 개발업체들의 해외 진출도 도와줄 계획이다. 많아야 SW 값의 8%까지 지급하던 유지보수비는 글로벌 기업 수준(22%)을 감안해 적정 수준으로 높여준다. 이석채 KT 회장은 “스마트 시대, 클라우드 서비스의 확산으로 한국 SW 업체도 오라클이나 SAP 같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기회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IT는 SW가 약해 애플을 이길 수 없다’는 한탄이 사라지도록 SW 산업을 부지런히 키워야 한다.

정부는 SW 가격 기준을 고시하는 현행 제도를 내년 2월에 폐지하고 시장가격에 따라 민간 자율로 정하도록 할 계획이다. 대기업들이 SW를 외국기업만큼만 대접해도 국내 SW 산업의 경쟁력이 훨씬 개선될 수 있다. KT의 뒤를 이어 다른 대기업들도 SW 용역 푸대접 관행을 서둘러 버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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