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권순활]시베츠(CIVE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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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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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이 세계경제의 주역으로 등장한 것은 ‘대항해(大航海) 시대’인 15∼16세기 이후였다. 그전까지는 중국과 이슬람권이 생산력, 생활수준, 교역량에서 유럽을 압도했다. 자본주의 발전과 신대륙 진출, 산업혁명은 이런 추세를 역전시켰다. 대항해 시대를 주도한 스페인과 포르투갈에 이어 네덜란드, 프랑스, 영국이 차례로 부국(富國)으로 떠올랐다. ‘해가 지지 않는 제국’ 영국의 주도권은 20세기 두 차례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미국으로 넘어갔다.

▷21세기에 접어들어 미국경제의 상대적 쇠퇴가 뚜렷해졌다. ‘팍스 아메리카나’ 붕괴의 신호탄인 9·11테러 2년 여 뒤인 2003년 10월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브릭스(BRICs)에 주목하라”고 제안했다. 기존 경제대국인 미국 유럽 일본의 부진과 대조적으로 성장이 두드러진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등 4개 신흥강국의 영문(英文) 머리글자를 딴 신조어다. 올해 초부터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을 추가한 BRICS란 말도 쓰였다. 미국 경제학자 누리엘 루비니는 기존의 브릭스 4개국에 한국을 포함해 BRICK이란 표현을 사용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이 세계경제의 새로운 성장엔진이 될 국가로 시베츠(CIVETS), 즉 콜롬비아 인도네시아 베트남 이집트 터키 남아공 등 6개국을 꼽았다. 이들 국가의 인구 구성이 젊고 천연자원이 풍부해 내수를 중심으로 성장성이 높다는 점에 이 신문은 주목했다. 반면 시베츠 6개국은 인구가 젊다는 것 외에 공통요소가 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남북 분단 후 공산세력의 남침 전쟁으로 폐허와 빈곤의 땅으로 전락한 한국이 반세기 만에 거둔 경제적 성취는 세계사에서 기적에 가깝다. 김영배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은 “인구 2000만 명 이상 국가 중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를 넘는 나라는 약 10개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압축적 발전에서 나타난 일부 문제를 침소봉대해 객관적 성공의 역사를 외면하는 것은 지적으로도, 도덕적으로도 게으르거나 비겁하다. 하지만 ‘국가별 경제 올림픽’에서는 영원한 승자도, 패자도 없다. 앞으로 국민 기업 정부 정치권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한국의 경제적 위상은 진정한 메이저 국가로 올라설 수도, 반대로 다시 추락할 수도 있다.

권순활 논설위원 sh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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