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홍성철]중3 학부모, 고민의 계절

  • Array
  • 입력 2011년 9월 7일 03시 00분


코멘트
홍성철 ㈜동아이지에듀 대표
홍성철 ㈜동아이지에듀 대표
서울시교육감 선거 후보단일화 돈거래 의혹으로 교육계가 시끄럽다. 하지만 일반 학부모들로서는 코앞에 닥친 자녀의 입시문제가 더 급하다.

요즘은 중3 학부모들의 고민이 고3 학부모 못지않다. 고교를 잘 골라야 명문대 입학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믿음 때문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지난해 대학수학능력시험만 보더라도 지역별, 고교별 성적은 말 그대로 ‘하늘과 땅 차이’다. 이를 보면 왜 학부모들이 기를 쓰고 강남으로 몰려가고, 좋은 고교에 자녀를 입학시키려 하는지 이해가 된다. 특히 서울에서 강남과 비강남의 차이는 고교 평준화제도의 취지가 무색할 정도다.

고입 수험생의 학력이 3년 후 대학입시 성적과 거의 그대로 일치한다는 분석도 학부모들을 고민하게 한다. 고교에 가서는 성적을 만회할 기회가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이다. 중학교 때 공부의 기초를 다져놓는 것이 갈수록 중요해지는 이유다.

하지만 고교입시 열기가 식으면서 중학교 교실 분위기가 예전만 못하다는 걱정도 나온다. 과거 외고 진학률이 높았던 목동 지역의 한 학원장은 “요즘 중학생들이 전보다 공부를 소홀히 하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과열이 문제이긴 했지만 그동안 외고입시가 중학생들의 공부 의욕을 자극한 것은 사실이다.

몇 해 전만 해도 고교입시는 훨씬 단순했다. 고교 평준화라 속칭 ‘뺑뺑이’를 돌려 집 근처 학교에 배정되면 그뿐이었다. 아이가 공부를 썩 잘하거나 과학 또는 외국어에 소질이 있는 경우 과학고나 외국어고를 지원하는 정도였다. 자율형사립고와 고교선택제가 등장하면서 상황이 더 복잡해졌다.

겉으로 보기에는 고교선택 폭이 늘어난 것 같지만 공부깨나 한다는 중학생들은 갈 만한 고교가 더 마땅찮아졌다. 외고는 영어내신, 자율고는 추첨으로 선발한다. 변별력이 떨어진 외고는 인기가 시들해지고 자율고는 공부를 잘한다고 입학이 보장되는 게 아니다.

교육 통계에 따르면 전국의 고교 수는 2300여 개. 이 가운데 특수목적고와 과학고, 자율형사립고 등 학교별로 신입생을 선발하는 학교는 약 100개다. 이 100개 고교 졸업생이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 명문대 입학생의 절반을 차지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들 학교에 자녀를 보내지 못하는 학부모의 불안한 심정은 당사자가 아니면 이해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이라면 중학생 학부모의 선택은 뻔하다. ‘경제적 여건이 허락되고 자녀가 공부에 소질이 있으면 일단 강남구의 명문고가 모여 있는 지역으로 이사한다. 입시철이 되면 집 가까이 있는 자율고에 지원한다. 추첨에서 탈락하면 근처의 일반고에 진학한다. 영어 내신성적이 높다면 외고를 노리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

현 정권을 포함해 정치인과 교육 행정가들에게 문제의 해결을 기대하기는 애초에 무리였을지 모른다. 그들에게는 의지도 능력도 없는 듯하다. 진보정권도 마찬가지였다. 입으로 교육평등을 외치며 자녀를 외고에, 해외 명문사립학교에 보낸 이른바 진보정치인도 적지 않다.

교육감 자리는 진보 진영이 최후의 보루인 도덕성까지 내던질 정도로 중요하다. 그만큼 교육감이 할 수 있는 일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 사태로 서울시교육감 선거가 다시 치러지게 될지는 아직 모른다. 곽노현 교육감이 자리를 유지할 수도, 아니면 다른 교육감이 취임할 수도 있다. 어찌 됐든 앞으로의 교육감은 특정 이념을 대변하는 인사가 아니라 학부모의 마음을 헤아리는 진정한 교육자가 되기를 기대한다.

홍성철 ㈜동아이지에듀 대표 sungchul@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