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젊은 교사들이 전교조를 기피하는 이유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9월 5일 03시 00분


교육방송(EBS) 다큐프라임 ‘선생님이 달라졌어요’에 등장하는 요즘 교사들은 정치 투쟁보다는 좋은 선생님이 되는 데 관심이 많다. 건전한 상식을 가진 대다수 교사들이 학원 강사보다 실력도 의욕도 떨어진다는 비판을 가슴 아파하며 잘 가르치는 방법을 배우는 데 목말라한다. 전교조는 과연 젊은 교사들의 이런 의식변화를 읽고 있는지, 이들을 위해 무엇을 해줄 수 있는지 궁금하다.

지난달 27일 열린 전교조 제6차 임시대의원대회 안건 심의자료와 한국교육개발원의 교육통계분석자료집에 따르면 2009년 5.3%였던 전교조 20대 교사 비율이 2011년 2.1%로 줄어들었다. 전체 교사 비율도 줄었지만 20대 전교조 교사는 거의 사라져 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치보다는 자기계발이나 삶의 질 등에 관심이 많은 20대의 특성 탓도 있겠지만 지나치게 정치화 이념화한 전교조에 대한 젊은 교사들의 불신을 반영한 현상이라고 봐야 한다.

전교조 자체 조사를 보면 전교조 가입에 소극적인 이유로 비(非)전교조 교사의 49.4%가 ‘활동이 너무 정치적이고 과격해서’라고 응답했다. 교육이나 교사복지 등 노조활동의 본질과 관계없는 정치적 활동에 지나치게 힘을 쏟는 데 반감을 가진 교사가 절반에 가깝다는 얘기다. 교사 시국선언, 전국단위 학업성취도 평가 거부, 상여금 무력화 투쟁 등을 통해 교장 동료교사 학부모와 갈등을 유발하는 운동방식도 젊은 교사들에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간 전교조의 행태를 보면 이런 결과는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다. 2005년 한 교사는 학생과 학부모 180여 명을 ‘빨치산 추모제’에 데려갔다. 초등학생들에게 반공법(현 국가보안법)은 민중의 권리를 박탈하고 억압하는 것을 합리화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이라고 가르친 교사도 있다. 전교조는 광우병 촛불시위 때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전교조는 최근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설치 중단 촉구, 한상대 신임 검찰총장 임명 반대를 주장했다. 정치단체도 아닌 초중고교 교원노조가 왜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는지 납득할 수 없다.

철지난 이념으로 무장한 전교조의 과격한 투쟁이 스스로 입지를 좁히는 근본 원인이다. 세상의 어느 조직이든 젊은층이 외면하는 조직은 쇠퇴한다. 전교조가 젊은 교사들의 외면을 받는 현실에서 크게 깨닫고 변신하지 못한다면 미래가 없는 조직이다. 반대로 전교조의 허상을 깨닫고 현실적 판단을 내리는 젊은 교사들에게서 미래 교육의 희망을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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