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박근혜 대북정책, DJ와 MB 극복할 수 있을까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24일 03시 00분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미국의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에 기고한 ‘새로운 한반도를 향하여’라는 글에서 통일 외교 안보분야에 대한 구상을 밝혔다. ‘박근혜 독트린’의 양대 키워드는 신뢰 외교와 균형 정책이다. 박 전 대표는 “한반도를 신뢰의 공간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국제적 규범에 근거해 남북한이 서로에 기대하는 바를 이행하게 만드는 신뢰 외교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균형 정책에 대해서는 “정권이 바뀌거나 예기치 못한 국내외적 사건이 발생하더라도 국민 대다수의 공감대를 바탕으로 기본 틀이 흔들리지 않고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대중(DJ)-노무현 정권이 10년 동안 추진한 화해협력 정책이 북한의 핵개발과 대량살상무기 개발을 막지 못했고 이명박(MB) 정부의 대북정책 역시 아직까지는 북한의 체제행동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못했다. 북한은 MB 정부에서도 2차 핵실험을 감행했고 우라늄 농축에 박차를 가했다. 게다가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등 재래식 군사력을 통한 도발을 계속했다. 내년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에 도전할 박 전 대표는 DJ의 대북정책을 비판하면서 현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와도 차별되는 제3의 길을 걷겠다고 선언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의 지속적인 도발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단호한 접근을 다짐한 것은 평가할 만하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북정책이 180도 달라지는 갈지(之)자 행보는 혼란을 키울 뿐이다. 문제는 ‘새로운 길’의 모호성이다. 자신의 정치적 자산으로 꼽히는 ‘신뢰’를 통해 꼬일 대로 꼬인 북한 문제를 풀겠다는 비전을 제시했지만 구체적인 신뢰구축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 신뢰할 만한 억지(抑止), 끊임없는 설득, 효율적인 협상전략을 적절히 조합하라는 주문만으로는 DJ와 MB가 노정한 대북정책의 한계를 극복할 수 없다. 북한의 3대 세습과 인권문제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은 것도 유감이다.

박 전 대표는 북한을 직간접으로 체험할 기회를 가졌다. 그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직접 만난 몇 안 되는 정치인이다. 1974년 8·15 광복절에는 북한의 지령을 받은 암살자의 총탄에 어머니를 잃었다. 박 전 대표는 이런 자신이야말로 평화의 문제를 다룰 적임자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사적 체험이 반드시 공적 정책의 성공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박 전 대표는 총론이나 개론 수준을 넘어서는 대북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다른 대선 예비후보들도 안보관과 대북관을 국민 앞에 정확히 밝힐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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