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홍권희]장수기업

  • Array
  • 입력 2011년 8월 16일 03시 00분


코멘트
영국 ‘300년 클럽’은 300년 이상 지속되면서 창업자와의 연계가 이어진 기업 경영자 9명이 회원이다. 토이 케닝 앤드 스펜서라는 장신구 회사는 설립 325돌을 맞았다. 피오나 토이 사장은 “뛰어난 세공기술과 창의적인 디자인은 물론이고 늘 새로움과 다양성을 추구한 것이 장수비결”이라고 말했다. 프랑스의 타이어 업체 미쉐린은 올해로 창업 122년이 된다. 타이어 혁신제품을 계속 선보였고 자동차문화 정착을 위해 도로표지판 설치, 지도 및 레스토랑 안내서 발간에도 공을 들였다.

▷기업의 수명이 생각만큼 길지 않은 것은 어느 나라나 비슷하다. 포천 500대 기업이라면 규모나 성장력에서 세계가 알아주는 기업이다. 이들의 평균수명은 40년가량이다. 30년 전 포천이 꼽은 세계 초우량기업 46개 가운데 6개만이 지금 살아남았다. 지난 100여 년간 일본 100대 기업에 꼽힌 회사의 평균수명은 30년 정도로 조사됐다. 대한상의 조사로는 국내 코스피 상장기업의 평균수명은 33년, 코스닥 기업은 17년이었다. 평균이 이 정도면 100년 기업에는 남다른 비결이 있을 법하다.

▷올해 설립 209년을 맞은 미국의 화학회사 듀폰은 ‘인재를 소중히 함으로써 위대한 회사를 만들 수 있다’고 경영이념에서 밝히고 있다. 장수기업 연구가 염동호 일본 호세이대 연구원은 “일본 장수기업의 최대 사명은 가업승계와 사업존속”이라고 진단한다. 성장보다는 존속을, 수익보다는 안정을 꾀했다는 것이다. 중국 일본 등의 오래된 가게 노포(老鋪)는 한 우물 경영, 환경에 적응하는 진화 경영, 문어발이 아닌 집중 경영, 소비자에게 믿음을 주는 신뢰 경영 등을 해왔다고 한다(김용범·이기창 ‘한국 최고의 가게’).

▷대한상의가 국내에서 장수기업 탄생을 어렵게 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업자산 상속세율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상장 중소기업을 가업으로 상속하는 데 한국의 상속세 부담이 독일의 10배, 일본의 4.5배에 이른다는 것이다. 20∼30년 된 중소기업이 기술과 경영의 대물림을 잘 마무리해 존속할 기반을 갖춘다면 고용 유지에도 좋다. 그러나 세금만 줄여준다고 기업의 수명이 길어지지는 않는다. 여러 장수비결 중 낙제점 항목은 없는지, 중소기업주들이 스스로 돌아볼 일이다.

홍권희 논설위원 konih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