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高임금 금융노조의 염치없는 파업 결의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1일 03시 00분


한국노총 산하 전국금융노조가 최근 조합원 찬반투표를 거쳐 쟁의행위를 결의했다. 금융노조는 올해 임금을 8% 이상 올리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약 20% 삭감된 신입 직원들의 초임(初賃)을 종전 수준으로 되돌리라고 요구했다. 금융노조는 사측과의 협상에 진전이 없으면 이달 6일 신입직원들이 참가하는 집회를 열고 9월에는 총파업을 벌일 것이라고 한다.

금융노조는 16개 은행을 포함해 34개 금융기관 노조로 구성돼 있다. 이들 금융회사 중에는 직원 1인당 평균 연봉이 6000만 원을 넘는 곳이 적지 않다. 10개 금융 공기업의 평균 연봉은 7000만 원 이상이고, 8000만∼9000만 원대인 곳도 있다. 올 상반기 100인 이상 사업장의 평균 임금 인상률은 5.1%,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대였다. 가뜩이나 고(高)임금인 금융회사 노조가 8%를 넘는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것이 국민에게 어떻게 비칠지 되돌아봐야 한다.

금융시장이 흔들릴 때마다 국민 세금이 직간접적으로 들어가 금융 종사자의 고용 불안을 줄이고 경영 정상화를 도왔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168조 원이 넘는 공적(公的)자금이 금융 분야에 투입됐다. 은행 구조조정에 들어간 공적자금은 전체 투입액의 절반을 넘는 87조 원이나 됐다. 3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와 최근 곪아터진 저축은행 사태에서도 금융기관들이 정부에 지원을 요청하는 일이 되풀이됐다. 반짝 실적이 좋아졌다고 그 과실을 노조원들이 모두 따먹겠다고 나서는 것은 염치없는 행위다. 금융권 정규직과 비슷한 일을 하면서도 급여는 훨씬 낮은 비정규직 근로자와의 임금 격차가 더 커지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새로운 노조법 시행으로 회사가 임금을 지급하는 노조 전임자 수가 감소하면서 금융노조가 전임자들의 임금을 확보하기 위한 협상 카드로 투쟁 수위를 높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노조 전임자 임금의 원칙적 노조 부담과 이 제도의 보완책인 타임오프제(유급근로시간면제제도)는 복수노조 시행과 함께 새로운 노동질서를 규정하는 핵심 축(軸)이다. 금융 노사가 노조 전임자 임금 규정을 있으나 마나 하게 만드는 이면 거래를 한다면 명백한 불법이다. 사측은 노조의 합법적 요구에 대해서는 성실하게 교섭에 응하되 법을 위반하는 요구나 행동에는 법과 원칙에 따라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

금융노조의 임금인상 요구는 노동 생산성, 물가 상승률, 다른 업종과의 형평성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합리적 수준에 머무는 것이 바람직하다. 파업을 무기로 과도한 임금인상을 관철시키려 한다면 납세자인 국민을 우롱한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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