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봉사하는 삶, 세상을 밝힌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7월 18일 03시 00분


평생 폐지를 팔아 모은 돈을 장학금으로 내놓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양손을 잃고도 염전을 갈아 어려운 이웃을 보살핀 장애인. 쪽방촌을 찾아다니며 삶이 힘겨운 이웃을 돌보는 기간제 간호사…. 아름다운 기부와 봉사활동으로 15일 국민추천포상을 받은 24명 중 대부분은 우리 이웃의 평범한 얼굴이었다. 오히려 기부와 봉사의 수혜자가 될 법한 이들도 상당수여서 남보다 많이 가진 사람이라야 봉사하고 기부하는 것이 아님을 보여줬다. 시간과 여유가 없어 남 도울 엄두를 못 낸다는 흔한 핑계를 부끄럽게 하는 봉사의 삶이었다.

이번에 독립국가가 된 남수단에서 신부이자 의사로서 기아와 질병을 구제하다 대장암으로 숨진 고 이태석 신부의 어머니 신명남 씨(89)의 얼굴은 성자처럼 평화스러웠다. 기부와 봉사는 아무리 그 뜻이 숭고해도 강요할 수 없는 것이다. 봉사를 실천하는 사람들은 “봉사하는 기쁨이 받는 기쁨보다 몇 배나 크다”고 말한다. 봉사는 어찌 보면 이타심과 이기심을 함께 충족시키는 드문 덕목이다. 마음을 비운 봉사는 일상의 이해(利害)에 매몰된 사람들에게 덕지덕지 달라붙은 욕심의 군살을 덜어내는 행복감을 안겨준다.

돈 물품 재능 시간 노동력을 기꺼이 소외계층과 나누려는 마음은 있지만 처음 해보는 일이라 어색하고, 때로는 방법을 몰라 봉사에 접근하지 못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한 자원봉사센터 조사에 따르면 자원봉사 참여율은 20%에 불과하지만 ‘참여할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80%가 ‘있다’고 답했다. 정부 자치단체 자원봉사센터 시민단체가 이들을 ‘봉사의 생활화’로 이끌 효율적인 시스템을 확장하면 좋을 것이다. 바쁜 직장인이라도 퇴근 후나 주말, 휴가 기간에 십시일반 기여할 수 있도록 촘촘한 자원봉사 네트워크를 구축했으면 좋겠다.

다양한 면면의 봉사자와 복지단체를 긴밀하게 연계해 진정 필요한 곳에 필요한 봉사를 하는 것도 중요하다. 복지단체의 수요를 감안하지 않고 봉사자들이 행사 삼아 한꺼번에 몰려가는 바람에 복지단체가 ‘교통정리’에 급급한 경우도 있다. 형식적인 봉사가 북새통을 이루다 썰물처럼 빠져나가면 복지단체의 노인 장애인 어린이들은 오히려 상실감에 시달린다.

대학 입시를 위한 스펙으로 봉사활동을 하는 것도 씁쓰레한 일이다. 베풀고 나누는 삶은 인간 세상을 더 아름답게 만든다. 봉사 그 자체가 삶에 중요한 의미를 보태준다. 학교와 학부모는 자라나는 세대가 진정한 봉사에 눈뜨도록 인도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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