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세상/서승직]최신식 공공청사가 찜통이 된 이유

  • Array
  • 입력 2011년 6월 29일 03시 00분


코멘트
서승직 인하대 건축학부 교수
서승직 인하대 건축학부 교수
때아닌 폭염으로 공공청사를 이용하는 민원인은 물론이고 공무원들이 찜통더위에 시달리고 있다. 이런 찜통 청사들은 친환경을 표방하고 지은 최신식 건물이다. 이유는 건물 외피가 깔끔하고 미려한 유리벽(유리커튼월)으로 돼 있지만 유리벽을 통한 과다한 태양열 유입에 따른 온실효과 때문이다. 이 현상만 놓고 보면 유리벽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결과다.

유리를 건축에 응용하기 위해서는 유리가 지닌 3가지 특성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와 고찰이 필요하다. 열 취득과 열 손실의 정도를 나타내는 계수인 열관류율(이 값이 작을수록 단열성능이 우수함), 입사된 태양 복사에너지 가운데 실내의 열로 작용하는 태양열취득계수(이 값이 작을수록 실내의 과열을 막을 수 있고 냉방에너지가 저감됨), 유리를 통해 유입되는 태양 스펙트럼 가운데 가시광선 영역 빛의 양을 나타내는 가시광선투과율(이 값이 클수록 채광과 조망 효과가 우수함) 등이다. 보통유리는 투명하고 가시광선투과율이 높아 채광과 조망에 유리하지만 열관류율이 높아 단열에 불리하고 태양열취득계수도 커 냉방에너지 소비를 증가시킨다.

이런 단점을 개선하기 위해 개발된 것이 로이코팅유리(low emissivity coating glazing)다. 로이코팅유리는 채광성능을 유지하면서 외부에서 실내로 유입되는 태양의 단파장 복사열을 차단하고 또 실내에서 외부로 손실되는 장파장 복사열을 막을 수 있다. 코팅 위치에 따라 열적 특성을 달리하기 때문에 추운 지역에서는 실내 측, 더운 지역에서는 실외 측 유리면에 코팅을 해야 한다.

보통 유리벽에 사용되는 복층로이유리의 태양열취득계수는 0.5∼0.6으로 입사되는 태양열의 50∼60%가 실내로 유입된다. 열관류율은 1.6kcal/m²·h·℃ 정도로 단열성능도 벽체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 4중의 복복층유리에 로이코팅을 하더라도 열관류율은 0.8kcal/m²·h·℃로 향상되지만 태양열취득계수는 크게 줄일 수 없다. 최근에는 태양열취득계수를 0.25까지 줄일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고 있지만 그래도 25%의 태양열 취득은 감수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복층로이유리벽은 채광은 유리하지만 뜨거운 창가의 복사열 실내 유입 억제에는 한계가 있어 여름에는 찜통이 될 수밖에 없다. 또 겨울에는 열관류율이 커 유리벽으로부터 냉기가 유입돼 더욱 춥다. 따라서 거주자의 쾌적성 확보를 위해서는 냉난방에너지의 증가는 물론이고 설비시스템 용량의 증대가 필수다.

에너지 낭비형 건물로 지탄을 받는 공공청사는 친환경 건축의 이해 부족에서 비롯된 것이다. 첨단 친환경 건축자재와 요소기술을 다 적용해 친환경 우수등급 인증을 받은 청사가 에너지효율등급 등외 판정을 받은 것이 이를 잘 보여준다. 이는 우수한 성능의 건축자재나 친환경 요소기술을 통합해 건물의 성능을 향상시키는 설계기법의 부족에서 온 것이다. 건물은 생태계의 일부로 자연과 같이 공존하면서 외부의 거친 환경의 여과기로서 인간을 위한 쾌적한 실내 환경을 유지해야 한다. 따라서 에너지를 적게 쓰는 건물을 지으려면 먼저 건축적인 설계기법을 통해 최대한 실내 환경을 조절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건축적 방법의 한계는 설비적 방법으로 감당하는 합리적인 설계를 하는 것이 기본이다.

찜통 청사는 친환경 건축의 본질을 실종시켜 외관을 미려하게 포장하려는 시각적 현혹이 실용성을 간과하게 한 실례로 오버 디자인의 극치다. 오버 디자인은 결코 실생활에 유익함을 줄 수 없다. 우리 기후에 순응하는 설계가 에너지를 적게 쓰는 쾌적한 공공청사는 물론이고 친환경 건물을 짓는 길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서승직 인하대 건축학부 교수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