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정성희]기적의 줄기세포 치료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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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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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만병통치약이 나온다면 아마 줄기세포(stem cell)일 것이다. 줄기세포의 분화 메커니즘을 밝혀내 통제하게 되면 훼손된 장기나 조직을 대체할 수도 있고 파킨슨병 당뇨병 같은 난치병도 치료가 가능해진다. 줄기세포로 얼굴 피부조직을 만들 수 있다면 60대 할머니를 20대처럼 보이게 할 수도 있다. 비싼 돈을 주고 정기적으로 보톡스를 맞을 필요도 없을 것이다. 이미 국내에서도 성형수술, 탈모 치료에 줄기세포가 활용되고 있고, ‘바르면 피부 재생효과가 있다’는 줄기세포 화장품도 인기를 끌고 있다.

▷국내 제약업체 에프씨비파미셀이 세계 최초로 줄기세포를 이용한 급성심근경색 치료제를 개발해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최종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2005년 말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 논문조작 이후 침체기에 빠졌던 줄기세포 업계에 단비 같은 소식이다. 환자 본인의 골수에서 추출한 줄기세포를 체외에서 3∼4주 배양한 뒤 주사제로 만들어 손상된 심장에 투여하는 방식이다. 이 줄기세포는 괴사한 심장세포를 재생시켜준다. 자신의 몸에서 뽑아낸 줄기세포를 쓰니 거부반응이 없고 배아줄기세포가 아니므로 생명파괴 같은 윤리적 논란도 없다.

▷국내 줄기세포 치료제 시장은 연간 400억 달러 규모에 이르는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이번에 승인이 나는 에프씨비파미셀의 ‘하미셀그램-AMI’ 말고도 17개 제품이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거나 완료됐다. 다만 환호하기에는 이르다. 세계 줄기세포 연구의 방향이 유전자를 조작해 이미 분화된 체세포에서 줄기세포를 유도하는 유도만능줄기세포(IPS)로 바뀌고 있는데 우리는 아직도 윤리 논란이 있는 배아줄기세포나 시장이 제한적인 성체줄기세포 연구에만 머물러 있다.

▷황우석 사태로 국내 줄기세포 투자 및 연구가 주춤거리는 사이 미국 영국 일본 등은 줄기세포 연구에서 큰 진전을 보이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정부는 생명윤리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전임 조지 W 부시 정부가 묶어 두었던 줄기세포 연구 규제를 풀면서 이 분야에 막대한 자금이 흘러 들어가고 있다. 2007년 일본 교토대 야마나카 신야 교수가 개발한 IPS를 이용하면 윤리 논란 없이 인간의 장기를 가진 동물을 생산해내는 길이 열린다. 스티브 잡스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거액을 주고 갈아 끼울 췌장을 사들이는 일도 꿈만은 아닌 세상이 올 것이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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