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비정규직 ‘번듯한 일자리 만들기’ 돌파구 열라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4일 03시 00분


박재완 신임 기획재정부 장관이 시간제나 파견제 근로자 같은 비정규직의 지위를 높여 일자리를 늘리는 구상을 밝혔다. 박 장관은 “정규직의 넘치는 혜택은 자르고, 비정규직의 부족한 혜택은 채우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대기업 정규직 중심의 일자리 창출이 한계에 부닥친 만큼 비정규직 처우 개선을 통해 ‘번듯한 일자리’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정책의 틀을 바꾸는 것은 시대적 추세다.

경제의 글로벌화와 정보화로 세계 각국은 ‘고용 없는 성장’에 직면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제조업 위주 대기업 노조의 입김이 강하고 노동 유연성이 떨어져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가 두드러진다. 강력한 노조가 있는 대기업 근로자가 되면 ‘철밥통’ 과보호를 받지만 비정규직은 같은 일을 하면서도 급여와 복지에서 심한 차별을 당한다.

1980년대 초반 심각한 실업난을 겪었던 네덜란드는 시간제 근로자의 임금과 사회보장을 개선해 주면서 1983∼96년 약 80만 개의 시간제 일자리를 만들었다. 실업률도 크게 떨어졌다. 네덜란드의 시간제 일자리 비중은 60%로 12.7%인 한국의 5배에 가깝다. 우리나라도 고학력 여성을 중심으로 시간제 일자리에 대한 잠재 수요가 많지만 ‘질 낮은 일자리’라는 인식이 걸림돌이다. 정부는 비정규직이 번듯한 일자리가 될 수 있도록 급여, 근속 혜택, 4대 보험 적용에서 법령과 제도를 정교하게 정비해야 한다. 정규직의 과보호와 비정규직의 박탈감을 줄인다면 기업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한국경제에서 ‘일자리 늘리는 성장’으로의 정책 전환은 미룰 수 없는 과제다. 다가올 고령화 사회에 따른 복지수요 확대와 통일비용 마련까지 생각하면 전체 경제의 파이를 키우고 나라곳간을 채워야 한다. 하지만 성장이 일자리 창출을 동반하지 못한다면 의미가 퇴색한다. 일자리 만들기는 최고의 복지정책이다.

일자리를 늘리려면 정규직 중심의 고용 및 노동정책 전환 못지않게 서비스업 육성도 중요한 과제다. 특정 산업분야에 대한 최종수요가 10억 원 발생할 때 직간접적으로 유발되는 취업자 수를 뜻하는 취업유발 계수는 제조업이 9.2명인 반면 서비스산업은 약 2배인 18.3명에 이른다. 한국의 서비스산업 고용비중은 67.3%로 미국의 81.6%는 물론이고 선진 7개국(G7) 평균인 74.9%보다 낮다. 정부와 여야 정치권은 서비스업 진입 규제를 대폭 완화함으로써 ‘자격증 기득권자’의 이해(利害)를 뛰어넘는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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