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장환수]골프의 이중 잣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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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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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환수 스포츠레저부장
장환수 스포츠레저부장
체육계엔 이런 말이 있다. 스타플레이어일수록 스캔들을 조심해야 한다. 상대가 유명인이라면 더욱 치명적이다. 그중에서도 최악은 신문 사회면에 실명이 거론되는 것이다. 최근 자살한 아나운서와 친했던 두산 베어스 투수 임태훈은 이 모든 것을 충족시켰다.

스포츠 단체의 입장에서도 사회면은 기피 대상 1호다. 승부조작 파문으로 연일 사회면 톱을 장식하는 프로축구는 말할 것도 없다. 야구인들은 방망이가 폭력 도구로 사용됐다는 기사만 나오면 자신의 일인 양 화들짝 놀란다. 사격 펜싱 검도 양궁 등 총검류를 다루거나 복싱 태권도 등 몸 자체가 무기인 종목의 관계자들도 항상 노심초사다.

그렇다면 여기서 문제 하나. 연중 가장 많이 사회면을 장식하는 스포츠 종목은 무엇일까. 답은 뜻밖에도 골프다. 골프는 20년 전만 해도 체육면에서 거의 다뤄지지 않는 마이너 종목이었다. 팬을 끌어들일 대단한 스타가 없는 게 첫 번째 이유겠지만 환경을 훼손하고 일부 특권층만 즐기는 사치 스포츠라는 것도 중요한 이유였다. 그러던 게 1996년 타이거 우즈의 등장을 시작으로, 1998년 US여자오픈 챔피언 박세리의 맨발 투혼, 최경주 양용은의 선전이 이어지면서 어느새 우리 국민의 새벽잠을 설치게 하는 메이저 종목으로 격상됐다. 새카맣게 그을린 종아리와는 너무나 대조적인 박세리의 눈부시게 하얀 발은 경제난에 신음했던 국민에게 희망을 줬고 애국가 배경 영상으로도 사용됐다. 골프는 참여 스포츠로서도 대성공을 거둬 한 해 골프장 내장객은 국민의 절반인 2500만 명을 넘어섰다.

하지만 골프는 사회적으로는 여전히 환대받지 못하는 종목이다. 정도 차는 있지만 환경단체의 반대는 예나 지금이나 다름없다. 덧붙여 골프장은 부정이 일어나는 곳이란 인식이 강하다. 잊을 만하면 터져 나오는 접대 골프 얘기다.

이 때문에 골프는 많은 사람이 즐기는 스포츠이면서도 이중적인 평가를 받게 됐다. 군 장성이 휴일에 축구를 하면 아무 문제 될 게 없지만 골프를 하면 제 돈 내고 쳤다고 해도 최소한 구설수 정도는 각오해야 한다. 공무원 골프 금지령은 있지만 테니스를 하지 말라는 지침이 내려졌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 일반 직장인들도 휴일에 골프 하러 간다는 얘기는 가능하면 상사가 알지 못하게 해야 된다.

게다가 야구 축구 농구 등은 밤에도 경기를 하지만 골프장은 올해부터 라이트를 켤 수 없다. 지식경제부는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이하로 5일간 지속될 때까지 골프장과 대형업소, 유흥업소, 대기업의 옥외 조명 등 야간 점등을 제한하는 에너지 위기 주의 경보를 2월 27일 발령했다. 회원제 골프장 그린피에는 다른 스포츠와 달리 특별소비세 등 각종 세금이 부과된다. 우리나라 그린피가 심각한 부킹난에도 세계에서 가장 비싸게 된 이유 중 하나다.

한국적인 상황과 맞물려 극과 극의 대접을 받고 있는 골프. 선수는 물론이고 업계 종사자들의 입장에선 답답한 노릇이다. 지난해 골프장 매출액은 3조2300억 원을 넘어섰다. 용품, 의류 등 관련 시장까지 합하면 그 규모는 천문학적이다. 이제 골프는 특권층의 전유물이 아니다. 많은 사람이 즐기고, 많은 사람을 먹여 살리는 대중 산업이 됐다. 스크린 골프업체인 골프존은 코스닥에 상장돼 시가 총액 상위 종목이 됐다. 정부는 일자리 창출을 강조해왔다. 골프를 둘러싼 나쁜 관행이 있다고 해서 골프 자체를 미워해선 안 될 것이다.

장환수 스포츠레저부장 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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