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제 할 일 안하고 6자회담 하자는 김정일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5월 27일 03시 00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6자회담 재개 카드를 들고 나왔다. 김 위원장은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 가진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정세의 완화를 희망하고 한반도 비핵화 목표를 견지할 것”이라며 ‘6자회담의 조기 재개’를 주장했다. 그가 할 일을 안 하면서 또 6자회담 카드를 만지적거리니 별로 신뢰가 가지 않는다.

한국 미국 중국 정부는 이미 남북회담→북-미회담→6자회담으로 이어지는 3단계 회담방안에 합의했다. 김 위원장의 발언에 진심이 담겼다면 6자회담의 핵심국인 한-미-중의 합의대로 남북회담을 받아들여 비핵화 의지를 보여주면 된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달 10일 김 위원장을 내년 3월 서울에서 열리는 핵안보정상회의에 초청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북한이 핵을 포기한다는 확신을 심어주면 6자회담 재개에 반대할 국가는 없다.

북한은 6자회담이 중단된 뒤 핵개발에 박차를 가해 오히려 상황을 최악으로 몰고 갔다. 북한은 2009년 5월 2차 핵실험을 했고 고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도 계속했다. 지난해에는 영변의 우라늄 농축시설을 미국 핵 전문가에게 공개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 결의에 역행해 핵개발에 몰두한 북한이 아무 일 없다는 듯 6자회담 재개를 주장하면 국제사회를 설득할 수 없다. 북한이 지금 보여줄 것은 말이 아니라 행동이다.

김 위원장은 “북한은 현재 경제건설에 집중하고 있으며 매우 안정된 주변 환경을 필요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줄곧 성의를 보였다는 말도 했다. 식량난과 경제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6자회담 재개를 들고 나온 속내가 드러난다. 북한이 무력도발을 시인하고 사과하면 남한의 대북제재는 완화되고 경제 건설에도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이번 7일간 방중으로 북한과 중국의 관계는 더 돈독해졌다. 후진타오 주석이 고위층 교류 강화를 제안하면서 “북한 지도자 동지의 방문을 환영한다”는 발언을 해 향후 김정은을 초청할 가능성도 커졌다. 김 위원장은 “양국의 우의가 대를 이어가기를 바라며 이는 우리의 중대한 사명”이라고 강조해 3대 세습에 대한 중국의 지지를 노골적으로 요청했다. 북이 아무리 중국에 매달려도 핵을 고집해 국제사회로부터 고립되면 세습은 고사하고 몰락의 길을 재촉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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