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나라당, ‘내 탓’부터 해야 할 사람들의 행진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5월 12일 03시 00분


한나라당은 어제 중진회의와 의원총회를 열어 황우여 원내대표가 대표 권한대행을, 정의화 비상대책위원장이 최고위원회의 통상업무를 맡되 주요 당무는 협의 처리하기로 했다. 당 지도체제를 둘러싼 내분은 얼추 봉합됐지만 국민의 신뢰 회복까지는 갈 길이 멀다. 각 정파가 ‘내 탓’은 않고 ‘남 탓’ 하기에 급급한 행태부터 뜯어고치는 것이 환골탈태의 첫걸음이다.

신주류의 중심으로 진입한 남경필 정두언 의원 등 소장파는 이번 4·27재·보궐선거 패배의 책임을 이재오 특임장관 등 구주류 측에 돌리며 퇴진을 촉구했다. 작년 6·2지방선거 때 남 의원은 당 인재영입위원장, 정 의원은 지방선거기획위원장을 맡아 선거운동 전면에 나섰다. 정몽준 당시 대표는 선거 패배에 책임을 지고 당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그러나 정 의원과 남 의원은 지방선거 패배 후 불과 2, 3주 뒤에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했다. 이후 소장파 단일화 협상을 벌인 끝에 정 의원이 최고위원에 당선됐다. 남 의원은 나이가 40대이지만 이미 4선 의원으로 13년간 의회정치와 정당정치를 한 중진으로 소장파라고 하기에는 정치적 책임이 무거운 위치에 있다. 이들이 6월 말∼7월 초로 예정된 차기 전당대회에 도전하는 것은 자유지만 한나라당의 추락에 자신들은 책임이 전혀 없다는 식이어선 곤란하다.

이번 4·27 선거 후 문책의 표적이 된 이재오 특임장관 측은 “재·보선 전 두 차례 친이(親李)계 의원 모임을 소집한 것은 이명박 대통령의 지시에 의한 것”이라며 “그 모임은 이 장관 계보가 아니라 이 대통령 계보”라고 항변했다. 대통령 그늘에서 권력을 휘두르던 ‘이재오 그룹’ 사람들이 이제 와서 그런 변명을 하는 것도 듣기 딱하다. 만약 이 장관 뜻대로 안경률 의원이 원내대표로 당선되고 자신들이 계속해서 권력을 즐길 수 있었더라도 그런 말을 했겠는가.

이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도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민심을 잃은 데 대해 책임을 느껴야 마땅하다. 이 의원은 국정에도, 각종 인사에도, 당내 정치에도 개입한 적이 없는데 왜 나를 흔드느냐고 자주 말했지만 직접 겪은 사람이 많다.

친박(親朴) 진영도 한나라당의 패퇴에 책임이 있다. 당 소속 의원의 3분의 1가량이나 되는 친박 의원들은 비주류로 당권에서 배제돼 있었다고 하지만 이들의 분파주의가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부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음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당의 분열상이 국민에게 실망을 안겨준 한 요인임은 분명하다. 박근혜 전 대표의 후광에만 기대는 친박 의원들의 폐쇄적인 행태는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박 전 대표의 발목을 잡을 우려마저 있다.

당내 각 그룹이 치열한 자성(自省)을 해야 한나라당에서 실낱같은 희망이라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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