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손 대표, FTA 국민이익 가로막는 게 민생정치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5월 12일 03시 00분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어제 정당대표 라디오 연설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관련해 “협상을 잘못해 손해 볼 수 있는 FTA, 손해 보는 국민에 대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은 준비 안 된 FTA에는 동의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추가협상에 대해 “정부가 재협상해주지 않겠다는 입장을 번복하고 미국 쪽 입장만 반영해 국익 측면에서도 손해가 더 커져가고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판단”이라고 덧붙였다. 추가협상에서 미국 쪽 입장만 반영됐다는 손 대표의 말을 들으며 그가 협상 결과를 알고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곶감 빼먹듯이 얻기만 하고, 주는 것은 하나도 없는 통상협상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 한미 FTA도 우리가 미국에 주거나 양보한 것이 당연히 있다. 그러나 추가협상 결과 국내 제약산업은 ‘의약품 허가 및 특허 연계 의무’를 3년간 유예 받았다. 양돈업계는 ‘돼지고기 관세 폐지 시한’을 2년 연장 받았다. 이 두 분야는 분명히 ‘플러스 협상’이었다. 자동차 분야 협상에서는 한미 양국이 이익을 교환했다.

우리가 미국 자동차에 대한 안전 및 환경 기준을 일부 완화해줘 미국 자동차의 한국시장 접근이 다소 쉬워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미국 자동차는 연비 및 품질 경쟁력이 떨어져 한국시장 점유율을 올리는 데 한계가 있다. 소비자들의 선호 역시 유럽 차에 비해 떨어진다. 반면 추가협상에서 자동차부품 관세가 즉시 철폐돼 한국 중소 자동차부품업체들의 대미 부품수출 증가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는 ‘추가협상 타결로 최대시장인 미국 자동차시장에서의 불확실성이 해소돼 판매가 확대될 수 있을 것’이라며 환영했다.

도대체 무엇이 일방적 양보이며, 어째서 손해가 더 커졌다는 것인가. 손 대표는 협상 주체 측과 공개토론이라도 해볼 용의가 없는가. 그는 한미 FTA가 발효되면 우리 국민이 이익보다 손해를 더 많이 볼 것이라고 겁만 주지 말고 나름의 손익계산서를 국민 앞에 제시해주기 바란다. 그러면 국민이 검증할 것이다.

한미 FTA가 발효되면 수출 증가로 우리나라의 실질 국내총생산이 증가하고 일자리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 간의 동맹 강화 효과도 기대된다. 이에 따른 안보 위험 완화는 우리 경제의 대외신인도를 높여 교역 및 투자 유치에서 추가적 호재(好材)가 될 수 있다.

손 대표는 ‘손해 보는 국민에 대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아서 반대한다’는 식으로 말했다. 손 대표는 피해 분야를 지원하기 위한 국내 보완대책에 관해 생산적인 논의를 해본 적이 있는가. 몇 달째 국회에서 논란만 벌여놓고 이제 와서 준비가 안 됐다고 하는 것은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다. FTA 발효로 생길 국민 이익을 가로막는 것은 손 대표가 강조하는 민생정치가 아니라고 우리는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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