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홍찬식]돌아오는 의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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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28일 2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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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말이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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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궁내청이 소장하고 있는 조선왕실의궤 등 우리 도서 1205권의 귀환이 사실상 확정됐다. 어제 일본 중의원에서 한일도서협정 비준안이 통과돼 이르면 다음 달 한국으로 돌아올 전망이다. 반환 도서 가운데 조선왕실의궤 167권은 조선총독부가 1922년 일본 궁내청에 기증했던 것으로 89년 만의 귀향이다. 초대 조선통감으로 한국 침략에 앞장섰으며 안중근 의사에게 저격된 이토 히로부미가 반출한 도서들도 포함돼 눈길을 끈다. 조선왕실의궤보다 훨씬 많은 938권에 이른다.

▷이토는 이 책들을 한일 관계사 연구용으로 일본에 가져갔다. 국내 학자들은 이토의 도서 반출 사실은 알고 있었으나 행방에 대해서는 정보가 없었다. 일본 정부가 우리 측이 당초 요구했던 조선왕실의궤에다 이토 반출 도서까지 포함시켜 한국에 넘겨주기로 한 것에 대해 국내 학자들은 “일본 정부 나름대로 한반도 유래 도서 문제를 이번에 마무리 지으려고 했던 것 같다”고 풀이한다. 우리가 잘 몰랐던 책까지도 일본 정부가 되돌려주겠다고 내놓은 것에 대해 관련 학계에선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우리가 그동안 주먹구구식으로 대처해온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을 지울 수 없다. 프랑스가 우리의 반환 요구 20년 만에 대여 형식으로 되돌려준 외규장각 도서의 경우 박병선 씨가 1975년 프랑스국립도서관에서 책을 처음 발견하기 전까지는 국내에서 누구도 그 존재를 몰랐다. 일본 궁내청 도서들도 2001년 국내 서지학자들이 3년 동안의 노력 끝에 찾아내 유출 사실이 국내에 알려졌다. 이번에 일본 정부가 이토 반출 도서를 내놓으려 하지 않았더라면 반환받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 지금부터라도 해외 어느 곳에 우리 문화재가 있는지 정확한 파악과 조사에 나서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우리 문화재가 외국에 나가 있는 것이 한국 문화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외국 박물관 등에 전시될 수 있으면 그 자체로 홍보가 되기 때문이다. 국내로 가져온 우리 문화재를 어떻게 활용하느냐는 문제에도 눈을 돌려야 한다. 조선왕실의궤 등 귀중한 해외 유출 문화재의 귀환을 계기로 문화재 환수와 활용에도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홍 찬 식 수석논설위원 chansi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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