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금감원장, 비리 사슬 끊을 개혁의 배수진 쳐야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4월 27일 03시 00분


부산저축은행이 영업정지를 받기 직전인 2월 16일 영업이 끝난 오후 4시 이후 185억 원이 인출됐다. 같은 시간에 대전저축은행에서도 58억 원이 인출됐고 중앙부산저축은행과 보해저축은행에서도 영업정지 전날 은행 셔터가 내려진 뒤 315억 원과 85억 원이 각각 빠져나갔다. 영업정지 전날 인출된 예금이 3276건 1056억 원이나 된다. 임직원들이 예금자들에게 연락해 예금을 미리 빼 갈 수 있게 하거나, 친인척이나 지인 명의의 예금을 임의로 인출한 것이다. 신뢰가 생명인 금융회사가 영업정지 직전에 배경 있는 예금자들에게만 돈을 빼준 것은 법과 양식을 내팽개친 짓이다.

저축은행 임직원들의 도덕적 해이도 문제지만 이를 방관한 금융감독원의 책임도 크다. 부산저축은행에 파견된 금감원 감독관 3명은 영업정지 전날 저녁 ‘직원이 고객 예금을 무단으로 인출해 고객 계좌로 송금하는 행위를 금지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공문만 보낼 게 아니라 전산을 중지시켜 편법 불법 인출이 일어나지 않도록 했어야 옳다. 금감원은 영업정지 전 인출을 지난 2개월 동안 숨겼다. 금감원이 금융회사의 불법을 비호했다는 의심을 살 만하다. 이런 금감원을 믿고 시장 감독과 금융회사의 건전성 감독을 맡길 수 있겠는가.

해당 저축은행에는 ‘불법 예금 인출자를 색출해 처벌하라’는 일반 예금자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 검찰은 예금 인출 고객 명단을 대조해 불법 인출 여부를 철저히 가리고 인출된 예금의 환수도 적극 검토해야 할 것이다.

금감원 직원들의 썩은 냄새가 곳곳에서 진동하고 있다. 금감원 출신이 감사로 있는 저축은행에서 금품을 받은 금감원 직원이 구속됐다. 심지어 검찰의 저축은행 수사를 돕기 위해 파견된 금감원 직원도 체포됐다. 금감원 간부들이 퇴직 후 저축은행과 보험회사 같은 금융회사에 감사로 취직해 후배들에게 로비하는 유착관계가 비리의 온상이 되고 있다. 이들은 자신이 조사하던 기업을 변호하는 로펌(법무법인)에 취직해 바람막이 역할도 했다. 금감원 퇴직 전 3년 이내 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업에는 취업할 수 없다는 규정만으로는 금감원과 금융회사의 유착과 비리를 막기 어렵다. 3월 말 임명된 권혁세 금감원장은 전임자 시절의 잘못들을 거울삼아 금감원 직원들과 금융회사의 공생 사슬을 끊는 개혁의 배수진을 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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