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비즈니스 프렌들리’ 정부와 기업 모럴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4월 26일 03시 00분


부산저축은행 박연호 회장 등 대주주와 주요 임원들이 수조 원대의 불법대출에 관여해 비자금을 챙긴 혐의로 검찰에 구속됐다. 부산저축은행은 올해 2월 영업 정지 발표 직전 임직원들의 친인척과 지인들에게 정보를 흘려 예금을 사전 인출케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미리 돈을 찾아간 예금주 중에는 고금리를 노려 1인당 예금보호한도 5000만 원 이상을 맡긴 사람이 많을 것이다.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도 불법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사법처리됐거나 수사를 받고 있다. 이런 기업인의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말도 나온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 초 ‘비즈니스 프렌들리’ 정부를 내걸고 기업의 사기를 북돋는 정책을 추진했다. 재계가 요구한 출자총액제한제를 비롯해 기업 규제를 많이 풀었다. 법적 안정성 및 형평성 논란 속에서도 형사 처벌된 기업인들을 사면 복권했다. 수출 촉진을 위해 원화가치를 낮게 유지한 환율정책은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의 충격에 빠진 한국경제에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지만 대기업에 가장 큰 혜택이 돌아간 것도 분명하다.

친(親)기업 정책은 ‘노동’에 경도돼 대기업을 적대시한 노무현식(式) 정부에서 시작된 성장 동력 추락을 막고 우리 경제가 빠르게 위기를 극복하는 데 기여했다. 그러나 일부 기업은 정책노선 선회를 자신들의 이익을 챙기는 데 악용했다. 대기업의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나 빚을 이용한 ‘덩치 불리기’가 두드러졌고 일부 오너 일가의 특권적 행태는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정부는 재계의 일탈을 바로잡아야 할 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 노무현 정부의 친노(親勞)정책이 노동계의 버릇을 잘못 들인 것과 같은 시행착오가 이 정부의 기업정책에서 심심찮게 나타났다.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과 소득 양극화 현상이 가속화하는 세계적 추세에서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국가 전체의 견제와 균형을 위해 기업의 파워가 너무 비대해져 사회가 그 입김에 휘둘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2008년 미국발(發) 경제위기는 기업 만능주의가 적절한 제동장치 없이 폭주(暴走)할 때 어떤 위험을 불러오는지를 일깨워줬다.

민간기업의 자율성과 창의성은 최대한 존중해야 하지만 불법이나 탈법, 모럴 해저드를 방치하는 것은 진정한 시장경제와 거리가 멀다. 기업인이 자제심을 잃고 과도한 탐욕에 빠지면 외부의 간섭을 부를 수밖에 없다. 정부는 불필요한 기업 규제는 풀되 기업에 대해서도 법과 원칙을 엄정하게 집행하는 ‘공정한 심판’의 역할에 충실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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