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체르노빌級 일본 원전사고, 우리에게도 발등의 불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4월 13일 03시 00분


일본 경제산업성 산하 원자력안전보안원이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사고 등급을 최악인 7등급으로 상향 조정했다. 7등급은 ‘방사성 물질의 대량 누출로 인해 인체 및 환경에 광범위한 영향이 발생해 계획적 장기적 대응조치가 요구되는 경우’다. 1986년 체르노빌 원전사고와 평가 레벨이 같다. 방사능 누출량은 체르노빌 사고 때의 10% 수준이지만 피해 범위가 넓고 방사성 물질이 계속 누출되고 있어 사고 등급이 격상됐다.

일본의 원전사고는 우리에게도 발등의 불이다. 우리는 원전 21기를 운영하고 있다. 원전의 특성상 조그마한 부주의라도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 일본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정부는 빠른 시일 내에 짚을 것은 짚고, 보완할 것은 보완해 원전의 안전성을 높여야 한다.

우리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초기에 “해류와 바람의 방향 때문에 일본 방사성 물질은 한반도로 오지 않는다”고 밝혔으나 2주일 뒤 극미량이지만 국내에서 방사성 물질이 검출됐다. 정부의 초기 대응이 안이하고 소극적이었다는 비판을 받을 만하다. 자세한 정보 공개를 꺼렸던 일본의 잘못도 크다. 안전 기준 이내의 방사능에 공포심을 가질 필요는 없지만 정보 은폐는 심각한 부작용을 부를 수 있다. 우리 정부도 주요 정보를 실시간 공개해 막연한 불안감을 차단할 책임이 있다.

일본은 원전 운영과 안전규제 기능을 각각 분리하라는 국제기구의 권고를 지키지 않았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우리 정부는 후쿠시마 사고가 일어나자 부랴부랴 원자력안전위원회를 독립기관으로 두기로 했다. 국회는 관련 법안을 4월 회기 내에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 정부는 지진 쓰나미 같은 자연재해 이외에 북한의 테러와 미사일 공격에도 대비해 원전의 위기관리 체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비상사태 때 기준을 초과하는 방사성 물질의 누출이 일어나지 않도록 안전 목표를 상향 조정해야 한다.

후쿠시마 제1원전 4호기 수조에 보관 중이던 사용후핵연료에서 열이 발생해 방사능이 방출되고 수소가 폭발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현재 국내 원전 냉각수조에 임시 저장되고 있는 사용후핵연료의 양이 1만 t을 넘고 있다. 이대로 방치할 수는 없다. 고리 원전의 저장조는 2016년이 되면 포화상태에 이른다. 원전 구내에서 옮겨 지하 동굴에 보관하는 것이 안전하다. 사용후핵연료의 저장시설 건설은 미룰 수 없는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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