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민은 정부의 특수활동비 실상 ‘알 권리’ 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4월 7일 03시 00분


김준규 검찰총장이 2일 전국 검사장 워크숍에서 참석자 45명에게 200만∼300만 원씩 나눠줘 물의를 빚고 있다. 영수증 처리가 필요 없는 특수활동비에서 나온 돈이다. 올해 검찰에 배정된 특수활동비는 무려 189억 원이다. 상당액은 일선 지검·지청에 업무활동비 명목으로 내려가고 일부는 ‘검찰총장의 통치자금’으로 쓰인다. 검찰총장이 일선 순시에 나서거나 주요 회의 때 이 돈으로 간부들에게 격려금을 건네는 것이 관행으로 굳었다.

특수활동비는 ‘기밀 유지가 요구되는 정보 및 사건 수사, 기타 이에 준하는 국정수행활동에 직접 소요되는 경비’라고 기획재정부의 지침에 규정돼 있다. 그러나 해당 기관별로 집행 총액만 책정할 뿐 영수증 제출 의무가 없어 실제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 알 수가 없다. 작년엔 국가정보원 국방부 경찰청 등 20개 기관이 원래 책정된 액수보다 많은 1조1000여억 원을 썼고, 올해는 20개 기관에 8515억여 원이 책정됐다. 국회도 지난 2년간 170억 원의 특수활동비를 썼다.

국가안보를 다루는 기관의 경우 드러내놓고 쓸 수 없는 돈이 어느 정도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돈이 검찰 경찰 같은 수사기관이나 일반 정부 부처에도 필요한지 따져볼 일이다. 특수활동비는 감사원도 거의 손을 대지 않을 정도로 성역(聖域)에 속한다. 2006년 말 국회의 요청으로 4개 기관을 대상으로 감사한 것이 마지막이다. 당시 감사원은 특수활동비의 상당 부분이 업무추진비 용도로 쓰인 사실을 적발했다. 실제 많은 기관에서 이 돈을 간담회 개최나 축·조의금, 격려금, 화환이나 기념품 구입 등에 쓰고 있다. 특수한 용도에 써야 할 돈을 마치 쌈짓돈처럼 사용하는 것이다.

특수활동비도 엄연히 국가예산인 만큼 감사를 면제시켜주다시피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특수’라는 목적에 맞게 제대로 돈이 쓰이는지 국민은 알 권리가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9000만 원의 특수활동비를 올해부터 모두 영수증 처리가 필수인 업무추진비로 전환했다. 박선규 문화부 제2차관은 “특수활동비가 자유롭게 쓸 수 있다는 이점도 있지만 국민의 오해를 사고 조직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손실이 더 크다는 생각에서 없앴다”고 말했다.

문화부 1년 특수활동비에 해당하는 돈을 검사장 워크숍에서 한 번에 쓰는 검찰은 이렇게 할 수 없는 것인가. 정부는 특수활동비의 실태를 밝히고, 가급적 그 액수를 줄이면서 집행 내용을 투명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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