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국일현]한국 원전 믿을 만한 과학적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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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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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일현 배재대 교수 전 원자력연구원 선임본부장
국일현 배재대 교수 전 원자력연구원 선임본부장
요즘 국내 언론의 최대 관심사 가운데 하나는 일본 후쿠시마에서 옛 소련의 체르노빌과 같은 대형 원전 사고가 발생할지 여부다. 지진해일(쓰나미) 피해 상황은 뒷전이고, 원전 사고와 연관된 보도에 모든 지면이 할애된 느낌마저 든다. 이런 관심의 이면에는 한국 원전에서 비슷한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깔려 있다.

日원전과 다른 가압경수로 방식

결론적으로 말하면 한국 원전에서 이런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 물론 한국에서도 동일본 대지진처럼 초대형 쓰나미가 발생하면 비상발전계통이 침수되고, 냉각수 상실과 노심 용융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그런데 한국 원전은 가압경수로 방식으로 비등수로 방식을 사용하는 일본과 크게 다르다. 이 차이로 한국 원전에서는 수소 폭발 현상이 발생하지 않는다. 수소는 공기와 섞여야만 폭발한다. 일본 비등수로는 원자로가 터빈에 직접 연결돼 원자로에서 발생하는 기체가 공기에 개방된다. 후쿠시마 원자로에서는 발생한 수소가 곧바로 원자로 건물로 나와 공기와 섞여 폭발을 일으켰다.

반면 가압경수로 방식인 한국 원전은 증기발생기를 경계로 원자로와 기체가 분리되어 있다. 또 원자로의 수소가 공기와 만날 기회가 없어 불이 붙어도 폭발하지 않는다. 이는 한국 원전이 모델로 삼은 미국 스리마일 원자로에서 증명된 바 있다.

또 하나 짚고 싶은 사실은 일본 원전이 폭발하더라도 체르노빌 사고처럼 방사성 물질의 대규모 누출은 없다는 것이다. 수소 폭발로 후쿠시마 원자로에서 휘발성 기체인 ‘요오드131’과 ‘세슘137’이 공기로 방출되기는 했지만 일본이 채택한 수냉각 원전에서 원자로 용기가 폭발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방사성 물질에 대한 지나친 우려도 기우로 여겨진다. 걱정하는 것처럼 저 멀리 후쿠시마에서 한국까지 방사성 원소가 날아올 가능성은 희박하다. 또 후쿠시마의 방사성 원소가 들어간 생선이 한국 식탁에 올라올 일을 걱정하는 것은 지나친 기우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많은 방사성 물질을 먹고 마시며 산다. 우리는 연간 2.4mSv(밀리시버트)의 자연방사선을 받고, 0.25mSv의 방사성 물질을 먹고 마시며 산다. mSv란 방사선량을 표시하는 단위로 일반인의 연간 허용 방사선량은 1mSv(1000분의 1Sv)인데, 사람은 자연 상태에서 연간 2.4mSv를 받는다. 몸무게가 70kg인 성인의 신체에는 일반적으로 반감기(방사성 동위원소가 절반으로 줄어드는 데 걸리는 시간)가 10억 년인 ‘칼륨40’이 30mg이나 들어 있다. 그런데 후쿠시마 원전에서 방출된 ‘요오드131’은 8일이 지나면 방사성 물질이 반으로 줄어든다. 또 바다에서는 우라늄이, 공기와 땅에서는 라돈 가스가 각각 쏟아져 나와 우리는 방사성 핵종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방사성 물질 누출 가능성 희박해

35년간 원자력 기술 개발에 몸담아 핵연료와 원자로 국산화에 노력한 사람으로서, 일본 원전 사고를 보며 인간 기술의 한계를 보게 된 것 같아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일부 언론이 지나치게 국민들을 불안하게 하고 원자력발전에 대한 두려움을 주는 것은 실망스럽다. 심지어 일본 원전 사고를 기회로 삼아 원자력발전 자체를 매도하고 반핵 활동을 전개하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우리 원전의 안전을 위하여 함께 걱정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싶다. 하지만 논리를 벗어나 지나치지 않기를 바란다. 지금부터라도 차분하게 여유를 갖고 우리 원전도 점검하고 보완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기 바란다.

국일현 배재대 교수 전 원자력연구원 선임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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