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日 방사능 위기, 국제사회 공조 나서라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28일 03시 00분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로 인한 방사성 물질 누출이 체르노빌 사고의 바로 아랫단계인 6단계 수준이라는 진단이 나오면서 방사능 공포가 일본을 넘어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내에 고여 있는 물웅덩이에서 시간당 1000mSv 이상의 방사선량이 검출됐다. 기준치의 1850배가 넘는 요오드가 검출된 인근 해역은 죽음의 바다로 바뀌고 있다. 일본 정부는 피난 범위를 후쿠시마 원전의 반경 20km에서 30km로 넓혔다. 우리나라 강원도에서도 후쿠시마에서 날아온 것으로 추정되는 방사성 물질 크세논133이 검출됐다. 극소량이기는 하지만 계속 경계할 필요가 있다.

원전 강국이라는 과거의 명성에 걸맞지 않게 일본 정부는 국제사회로부터 신뢰를 잃었다. 원전 폭발 사고 직후 원전 냉각 기술을 지원하겠다는 미국의 제안을 거부해 위기를 키웠던 일본 정부는 여전히 사고 내용과 자료를 정확히 공개하지 않아 불안을 증폭시키고 있다. 아마노 유키야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후쿠시마 원전 위기가 수개월은 아니더라도 수주 동안 지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사히신문은 안정 단계에 들어가는 데 최소 1개월이 걸릴 것이라고 보도했다. 방사능 오염이 오래 지속되고 확산되면 일본 정부의 조치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을 것이다. 국제사회가 적극 나서 공동 대처할 필요가 있다.

한국 원전은 체르노빌 사고를 냈던 흑연감속로나 후쿠시마의 비등(沸騰)경수로에 비해 안전도가 높은 가압경수로형이다. 지역적으로도 지진이 잦은 이른바 불의 고리(ring of fire)로부터 떨어져 있고, 쓰나미의 내습 가능성도 일본 열도가 막아줘 거의 없다. 일본에 비해 사고 발생 위험이 매우 낮은 만큼 원전 사고를 지나치게 두려워하거나 패닉에 빠질 이유는 없다. 역사와 과학은 상상할 수도 없는 재난과 실패와 역경을 하나씩 극복하면서 발전하고 진화한다.

그러나 원전 사고로 방사성 물질에 오염된 토양이나 해양은 원래 상태로 회복되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로 오랜 기간이 걸린다. 25년 전 사고가 터진 체르노빌 원전 반경 30km 내에는 지금도 주민의 거주를 제한한다. 바닷물에 유입된 방사성 물질은 시간이 흘러 농도가 낮아지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정부는 원전의 안전성을 획기적으로 높여야 원자력 르네상스 시대를 이끌어 갈 수 있다.

우리 정부는 편서풍 덕분에 한국이 일본 방사성 오염으로부터 안전하다고 하지만 후쿠시마 원전에서 누출된 것으로 보이는 방사성 물질이 강원도에서 발견돼 장담할 수 없다. 일본에서 방사성 물질에 오염될 우려가 있는 식품이 들어오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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