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윤영선]FTA로 찾아온 稅테크 기회를 활용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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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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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선 관세청장
윤영선 관세청장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각국이 위기 극복을 위해 꺼내든 카드는 감세(減稅)정책이다. 기업의 투자와 내수 진작을 통한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이 감세의 목적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반발을 무릅쓰고 감세를 2년 연장하고 수출 드라이브 정책을 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자유무역협정(FTA)은 당사국 간에 관세를 철폐해 무역 활성화와 경제 성장을 꾀하려는 것이다. 국민경제에서 대외무역이 차지하는 비중인 대외무역의존도가 85%에 이르는,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 입장에서는 FTA가 미래 성장을 좌우할 신성장동력이다. 이 때문에 정부는 세계 각국 및 경제권과 동시다발적으로 FTA를 추진하고 있다.

2월 17일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에서 FTA 비준안이 통과돼 우리 국회의 비준 동의만 이뤄지면 7월에 발효된다. EU와의 FTA는 원재료를 수입해 완제품을 생산하는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이나 인도 등 수직적 FTA와는 성격이 다르다. EU는 생산하는 상품의 가격과 품질이 비슷한 경쟁자로 수평적 FTA라고 할 수 있다. EU와의 FTA가 발효되면 27개국 5억 명의 소비자, 국내총생산(GDP) 19조 달러의 거대 시장이 우리 경제 영토로 편입된다.

우리 기업이 FTA를 통해 세(稅)테크를 적극 활용하는 지혜와 준비가 필요한 때다. 우리 주력 상품인 자동차를 보면 10%의 관세가 사라져 경쟁국인 일본 자동차에 비해 가격 경쟁력을 갖게 된다. EU 소비자가 값싼 우리 자동차를 구매하면 국내 자동차부품 중소기업에도 혜택이 돌아온다. 자동차부품 관세 4.5%가 즉시 철폐되면 2만여 개 부품업체의 수출이 늘고 일자리 창출로 연결된다.

FTA를 통한 감세는 내국세 감세와는 다른 측면이 있다. 법인세나 소득세의 감세 혜택은 기업이 별다른 준비 없이도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국가 간 무역과 관련된 관세 감세의 혜택을 보려면 기업의 준비가 필요하다.

EU와의 FTA에서는 약 1000만 원(약 6000유로) 이상 수출하는 업체는 반드시 세관에서 관세 감면 인증서를 받아야 한다. 또 수출기업은 FTA를 통한 세테크의 위험에도 대비해야 한다. EU는 중국산 물품이 한국산으로 둔갑해 수출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EU는 매년 전체 수입 건의 0.5% 정도에 대해 세무조사를 하는데 우리 기업도 연간 3000건 정도 세무조사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원산지 위반으로 적발되면 면제받은 관세를 내는 것은 물론 막대한 벌금을 물고 27개 회원국에 적발 사실이 통보돼 기업의 생존이 위협받게 된다. FTA를 잘 활용하는 기업에는 도약의 기회이지만 세테크 기회를 활용하지 못한 기업은 경쟁에서 탈락하는 위기를 맞을 수 있다.

윤영선 관세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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