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정연욱]국회 대표연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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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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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가 22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형인 한나라당 이상득 의원의 정계 은퇴를 촉구한 이후 여진(餘震)이 이어지고 있다.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는 “최악의 연설”이라고 비판한 반면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내용도 좋거니와 문장도 명문(名文)이었다”고 응수했다. 홍준표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박 원내대표의 연설은) 한나라당의 갈등을 유발하기 위한 반간계(反間計)계”라는 해석을 내놓았다. 친(親)이상득, 친이재오, 친박근혜계로 나뉘어 있는 여권 내부의 갈등을 부추기는 노림수라는 얘기다.

▷한나라당 내부 기류는 미묘하다. 이 연설에 크게 반발한 이병석 이은재 장제원 의원은 대표적인 친이상득계 의원이다. 상대적으로 친박계 의원들은 별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민주당 주변에선 차기 당 대표를 노리는 박 원내대표가 ‘선명성’을 강조하기 위해 던진 승부수라는 풀이가 나왔다. 그의 발언이 한나라당 일각과 연결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돈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파장이 클 것 같다.

▷미국 국회에서는 대통령이 1월 상하 양원 합동회의에서 국정연설을 하지만 우리 같은 교섭단체 대표 연설 제도는 없다. 의회가 상시적으로 열려 의원의 일상적인 의회 활동이 우선시되는 분위기다. 일본 국회에서는 여당 대표인 총리와 야당 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이뤄진다. 한국의 교섭단체 대표연설과 비슷한 형태다. 다만 일본에선 여야 대표가 의회에서 주요 현안을 놓고 치열하게 토론을 벌이며 TV로 생중계한다.

▷교섭단체 대표연설은 권위주의 정권 시절 언로(言路)가 제한돼 있을 때 야당 대표가 면책특권을 활용해 국민의 시선을 집중시키는 발언을 하는 의미가 있다. 지금은 야당 대표가 수시로 기자회견이나 간담회를 열어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다. 여야 정당 대표의 라디오연설은 2009년부터 격주로 방송되는 정규 프로그램으로 편성됐다. 이제는 거의 두 달에 한 번 임시국회가 열릴 때마다 대표 연설을 하다 보니 식상할 정도다. 박 원내대표는 지난해 9월 정기국회에 이어 이번에 또 대표 연설을 했다. 그가 대표 연설의 주목도를 높이기 위해 여당의 가장 민감한 부분을 건드린 것일지도 모르겠다.

정연욱 논설위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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