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순덕]新一夫多妻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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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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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교의 창시자 마호메트는 부유한 과부에게 장가들어 여유로운 삶을 살았다. 서기 1000년까지만 해도 세계 전체의 국내총생산(GDP) 가운데 중동이 차지하는 비중(10%)은 유럽보다 컸다. 중동의 부(富)가 1700년엔 2%로 쪼그라든 이유 중 하나로 일부다처(一夫多妻)제가 거론된다. 갈라 먹어야 할 식솔이 많아 부를 축적할 수 없었다는 거다. ‘너희 마음에 드는 과부 둘 셋 또는 넷까지를 아내로 삼으라’는 코란 제4장 3절은 전투에서 희생된 사람들의 아내와 고아들을 맡아 생계를 책임지라는 무슬림의 생존법이었다. 일부일처제를 고수한 서구 시각에서 본다면 후진적 결혼제도가 후진적 경제를 만든 셈이다.

▷미국에서 한 남자와 세 아내가 사는 ‘빅 러브’라는 HBO 시리즈가 화제다. 캐나다에선 일부다처제를 금지하는 것이 옳으냐를 따지는 재판이 열리고 있다. 미국의 드라마는 유타 주에 사는 근본주의적 모르몬교도를 그린 픽션이지만, 캐나다는 브리티시컬럼비아 주에 사는 모르몬교 한 분파의 실제 상황이다. 한 남자가 한 여자에게만 허용되는 건 비인도적이라는 의견까지 나왔다. 남편이 경제적 능력이 있거나 아내가 병이 있다는 이유로 일부다처로 사는 캐나다 무슬림도 적지 않다.

▷러시아에선 일부다처제의 법제화를 원하는 여성도 많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인류학자인 캐럴라인 험프리 교수는 “특히 시베리아의 몽골계 여인들은 일부다처제야말로 신이 준 선물로 여긴다”고 했다. 경제난에다 남성인구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능력 있는 남자를 공유하는 제도가 허용돼야 여자와 아이들이 경제적 육체적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거다. 하지만 번번이 의회에서 좌절당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개리 베커는 일부다처제가 남성들의 경쟁력을 자극해 결혼시장의 효율성을 높인다고 주장했다. 가난하고 무능한 남편보다 돈 많고 유능한 남편을 원하는 여성들은 늘 존재한다. 하지만 베커 교수의 여제자는 박사학위를 딴 뒤 “이건 결국 잘난 남자들한테 더 혜택을 주는 제도”라고 마음을 바꿨다. 경제난에 전세난까지 겹치면서 ‘결혼 격차’가 생겨나는 추세다. 미국에서도 특히 남자들이 교육과 생활수준이 높을수록 결혼을 하고 이혼도 덜 하는 반면, 그 반대일수록 결혼도 못하고 이혼은 더 많이 한다. 일부다처제는 그 깨어진 틈을 파고드는 변종 결혼제도가 아닐까.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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