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KTX 탈선, 모든 안전 점검의 계기 삼으라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2월 14일 03시 00분


부산에서 광명으로 가던 ‘KTX산천’ 열차가 11일 오후 광명역 근처에서 탈선 사고를 일으켰다. 2004년 4월 고속철도가 개통한 이후 최초의 사고다. KTX와 같은 고속 열차의 사고는 대형 참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1998년 독일의 고속 열차인 이체(ICE)가 시속 200km로 달리다가 승용차와 충돌해 100여 명이 사망했다. 사고를 일으킨 KTX 열차는 종착역인 광명역에 정차하기 위해 속도를 시속 90km로 줄여 큰 사고를 면했다.

사고 원인부터 정확하게 규명해야 한다. 차량 결함이나 운전 미숙보다는 열차가 선로를 바꿀 때 작동하는 선로전환기 고장으로 차량이 이탈했을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으나 대충 결론을 내선 안 된다. 정부와 민간 철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합동위원회가 과학적인 조사로 원인을 규명해야 한다. 올해로 개통 7년째인 KTX는 지난해 경부고속철도 2단계 구간 완공에 이어 2017년 호남고속철도 전 구간이 개통되면 전국의 주요 대도시가 모두 KTX로 연결된다. 전국을 2시간 내에 갈 수 있는 KTX 시대가 열렸지만 고속 철도의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KTX의 정착에 장애물이 될 것이다.

KTX산천 열차는 현대로템이 개발한 국내 기술로 제작해 지난해 3월부터 운행에 들어갔다. 브라질과 미국 캘리포니아 등에 한국형 고속철도 수출도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고속 철도 산업의 강국이 되기 위해서도 사소한 불신 요인도 제거해야 한다.

해빙기(解氷期)를 맞아 붕괴사고가 빈발할 수 있는 만큼 각별히 안전사고에도 경계심을 가져야 한다. 이번 겨울 한파는 1월의 전국 평균기온이 30년 만에 최저를 기록할 정도로 극심했다. 평소에 얼지 않았던 곳까지 동결된 상태에서 해빙기를 맞으면 도로 건물의 기반이나 축대에서 붕괴사고가 일어나기 쉽다. 구제역으로 도살 처분한 가축의 매몰지에서도 기온이 올라가면 침출수, 악취와 함께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어제 강원도에는 1m가 넘는 기록적인 늦겨울 눈 폭탄이 쏟아져 주택 도로 차량을 꽁꽁 묶었다. 이번에 내린 눈은 습설(濕雪)이어서 50cm가 쌓이면 최대 30t, 트럭 2개의 무게에 해당한다. 폭설 이후의 안전대책에도 빈틈이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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