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포스코 긴장시키는 세계 철강업계 대형화 강풍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2월 6일 03시 00분


일본 1위 철강업체인 신일본제철(신일철)과 3위인 스미토모(住友)금속이 내년 10월 합병한다고 밝혔다. 신일철은 2009년 기업별 조강(粗鋼) 생산량이 세계 6위였으나 합병 후에는 2∼4위의 중국 기업들과 5위인 한국의 포스코를 제치고 세계 2위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무네오카 쇼지 신일철 사장은 “합병은 글로벌 시장에서 공격적인 투자를 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말했다. 신흥국의 급증하는 철강 수요에 대처하기 위한 고로(高爐) 건설 등 대규모 투자를 신속히 하려면 두 업체 간의 합병이 절실하다고 본 것이다. 철광석과 석탄 등 제철 원료시장을 장악한 소수의 자원 대기업에 맞서 교섭력을 키우기 위해서도 대형화가 급선무라고 판단했다. 두 회사는 자동차용 강판 등으로 경쟁력이 높은 기술 선두기업인데도 시너지 효과를 높이기 위해 합병에 나섰다. 일본의 한 전문가는 “신일철의 합병 목적은 중국 한국 인도의 경쟁자들을 물리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일철의 일시적인 위축에 따라 세계 순위가 올랐던 포스코가 바짝 긴장해야 할 시점이다.

세계 철강업계의 대형화 바람은 지난 몇 년 동안 계속됐다. 2006년에는 인도의 미탈스틸이 룩셈부르크의 아르셀로를 흡수해 아르셀로미탈로 거듭나면서 세계 1위 기업으로 뛰어올랐다. 당시 신일철이나 포스코 측은 아르셀로미탈에 흡수 합병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중국은 정부 주도로 대형화와 노후설비 폐쇄에 나선 끝에 허베이스틸, 바오스틸, 우한, 사강그룹, 산둥 등 5개 회사를 세계 10대 철강회사에 진입시켰다.

한국 철강업계가 대형화 경쟁에서 일본 중국에 밀리면 앞으로 대형 투자를 계속할 능력을 유지하기 힘들어진다. 신흥국 인도의 전체 철강 생산량은 한국을 추월했다. 2020년 인도의 10대 철강업체의 조강생산량은 2009년의 5배로 급증할 것으로 예측된다. 선진국을 따라잡지 못하고 후발국에 쫓기는 한국 철강의 ‘샌드위치’ 처지가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정준양 포스코 회장은 2018년 조강생산능력을 6000만 t으로 늘려 ‘글로벌 톱3’에 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허허벌판 포항 영일만 해변에서 제철보국(製鐵報國)의 신화를 가꾼 포스코가 대형화, 글로벌화 경쟁에서 밀리지 않으려면 국내 선두 기업이라는 자리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 박태준 초대 포스코 사장이 “제철소 건설에 실패하면 우향우해서 영일만에 빠져 죽자”며 직원들을 독려한 ‘우향우 정신’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도전을 계속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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